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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출처: 윤석열 전 대통령, 대통령 기록관/SNS 타임즈)

[칼럼]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사업가 DNA와 검사 DNA가 가른 정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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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일 논설고문

미국 정치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2026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여소야대라는 험난한 정치 지형을 맞게 됐다.

그동안 거침없는 언행과 저돌적인 국정 운영으로 미국은 물론 세계를 흔들어 놓았던 트럼프에게 의회라는 강력한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그런데 선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 흥미롭다.

2020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던 전력을 생각하면 이번에도 부정선거 카드를 꺼내 들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의외로 민주당에 축하를 보내며 "Good Job!"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순순히 백기를 든 것은 아니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공화당 후보들에게 돌리면서도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의 입법 공세에는 대통령의 거부권(Veto)으로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선거에서는 졌지만 정치라는 게임에서는 아직 지지 않았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문득 대한민국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집권 내내 여소야대 정국에 시달렸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과의 극심한 대립 속에서 법안 거부권 행사, 예산 갈등, 장관들 탄핵 공방이 반복됐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선택한 정치적 돌파구는 결정적으로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에 맞서 헌법이 보장하는 거부권이라는 정치적 무기를 꺼내 들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정치적 갈등을 헌정질서의 위기로 확대시켰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나 헌법적 절제와 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여온 정치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의 2020년 대선 불복과 의회 난입 사태를 둘러싼 책임 논란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다만 이번 여소야대 정국에 대응하는 첫 장면만큼은 두 사람의 정치적 사고방식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났을까? 나는 다소 엉뚱하지만 흥미로운 가설 하나를 떠올려 본다.

트럼프의 사업가 DNA와 윤석열의 검사 DNA가 정치적 위기 대응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트럼프 대통령은 평생 부동산 사업과 협상의 세계에서 살아온 인물이다. 사업가에게 상대방은 반드시 제거해야 할 적이 아니라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타협하며, 필요하면 거래해야 하는 대상이다.

오늘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내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상대방에게 한발 물러서는 것은 반드시 패배를 의미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친 협상 방식 역시 상대를 압박하고 협상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계산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평생 검사로 살아왔다. 검사의 직업 세계에서는 범죄 혐의를 규명하고 법률에 따라 기소 여부를 판단하며 유죄 입증을 추구한다. 협상보다는 증거와 법률, 타협보다는 쾌도난마 원칙과 판단이 강조되는 환경이다.

물론 모든 검사가 타협에 서툴고 모든 사업가가 협상에 능숙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직업적 배경만으로 한 사람의 정치적 선택을 설명할 수도 없다.

그러나 오랜 직업 경험이 사고방식과 문제 해결 습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야당은 밀고 당기며 상대해야 할 협상 파트너이자 경쟁자일 수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에게 야당은 반드시 제압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었던 것은 아닐까?

여기서 두 사람의 정치적 운명을 갈라놓은 결정적인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정치는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전쟁이 아니라, 상대방과 공존하면서 국가를 운영하는 기술이라는 사실이다.

민주주의에서 여소야대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국민이 대통령에게는 행정부를 맡기고 야당에는 의회 권력을 부여한 것 역시 민심의 선택이다.

대통령은 국회를 무시할 수 없고, 국회 역시 대통령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 서로 견제하면서도 국가 운영에 필요한 합의를 만들어 내라는 것이 권력분립의 본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전략도 무조건적인 대결로 흐른다면 결국 국정 마비를 초래할 수 있다. 거부권은 협상을 위한 지렛대가 될 수도 있지만, 정치적 교착을 심화시키는 무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가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분명하다.

정치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를 단칼에 제압하는 능력만이 아니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현실을 인정하고, 때로는 양보하며, 끝내 타협점을 찾아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검사의 정의감도, 사업가의 승부욕도 국가 지도자에게 유용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독선과 아집으로 변하는 순간 국정 운영의 위험 요소가 된다.

민주주의는 상대방을 없애는 제도가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방과도 함께 살아가는 제도다.

결국 훌륭한 정치 지도자는 싸움에서 반드시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도 국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사람이다.

칼을 뽑는 용기보다 칼을 거두는 절제가, 상대를 제압하는 능력보다 상대와 타협하는 지혜가 더 위대한 리더십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이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 Copyright, SNS 타임즈 www.sns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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