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보수 삼국지, 분열과 합종연횡 끝에 누가 깃발을 꽂을 것인가
차기 보수 천하의 주인을 자처하는 세 영웅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장동혁·한동훈·오세훈의 보수 삼국지!
“천하대세 분구필합 합구필분(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
천하가 오래 나뉘면 합쳐지고, 오래 합쳐지면 다시 나뉜다.
《삼국지연의》의 첫 구절이다. 지금 범보수진영이 딱 그 꼴이다.
정권을 되찾기도 전에 차기 보수 천하의 주인을 자처하는 세 영웅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장동혁·한동훈·오세훈의 보수 삼국지!
먼저 장동혁은 조조형이다.
국민의힘 당권이라는 옥새를 쥐고 강성보수의 철옹성을 구축했다.
조직과 충성도에서는 단연 유리하다. 그러나 집토끼만 끌어안고 천하를 얻을 수 있을까? 태극기는 펄럭이는데 중도층의 표심은 흔들린다. 성을 지키는 장수는 될 수 있어도 천하를 통일할 장수인지는 미지수다.
한동훈은 유비형이다. 당이라는 영토는 잃었어도 열성 팬덤이라는 의용군이 있다. 말 한마디에 환호성이 터지고, 정치적 위기마다 지지층은 더욱 결집한다. 그러나 정치판에는 냉혹한 격언이 있다. 팬덤은 박수를 치지만, 중도층은 표를 던진다. 응원봉으로 전투는 할 수 있어도 천하통일은 어렵다.
오세훈은 손권형이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영토와 행정 실적을 갖춘 현실주의자다.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무죄로 정치적 부담도 한결 덜었다.
그러나 행정의 고수가 정치의 고수라는 보장은 없다. 서울시청의 결재권과 여의도의 공천권은 전혀 다른 무기다. 중도 확장성은 자산이지만, 당내 세력은 숙제다.
이제 세 장수의 합종연횡이 시작된다.
장동혁은 조직이 있지만 외연이 아쉽고, 한동훈은 팬덤이 있지만 조직이 아쉽다. 오세훈은 행정 경험이 있지만 열성 지지층의 결집력이 아쉽다.
셋이 힘을 합치면 강해지지만, 주도권을 양보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보수 대통합을 외치면서 각자 자기 앞으로 통합하라는 형국이다.
정치판의 통합이란 본래 상대방에게 백기부터 들라는 말이던가!
결국 승부는 선거에서 갈린다. 이기면 영웅이고 지면 역적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배신자가 되고, 오늘의 원수가 내일의 러닝메이트가 된다. 정치판에서 의리는 짧고 계산기는 길다.
그런데 삼국지를 끝까지 읽은 사람은 안다. 조조도, 유비도, 손권도 천하를 통일하지 못했다.
최후에 웃은 것은 사마의의 후손들이었다.
세 영웅이 서로의 발목을 잡는 사이 제4의 사마의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더 큰 반전도 있다.
세 사람이 보수의 주인 자리를 놓고 싸우는 동안 정작 국민은 보수라는 간판 자체를 외면할 수 있다.
집안싸움에서 이기고 천하를 잃는다면, 그보다 통쾌한 정치적 희극이 또 있을까.
보수 삼국지의 마지막 장은 아직 쓰이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당권은 당원이 주고, 팬덤은 지지자가 만들지만, 정권은 국민이 준다.
천하를 얻으려면 먼저 민심을 얻어야 한다. 삼국지의 시대에도, 오늘의 여의도에서도 변하지 않는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