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의 시선] 트램, '감사'가 정쟁의 도구가 되어선 안 된다
"보복이 아니다"라는 말은 말로 증명되지 않는다, 절차로 증명된다.
[SNS 타임즈] 허태정 대전시장의 취임 100일 브리핑에서 질문은 트램에 가장 많이 몰렸다. 시장이 내놓은 답의 뼈대는 두 갈래다.
공사는 차질 없이 진행해 2030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급전 방식은 감사가 정리되는 대로 연내에 시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사업은 이어가되 수소 방식은 따져보겠다는 방향은 현실적이다.
다만 이날 발언과 지금의 논란에는 짚어야 할 대목이 여럿 남아 있다.
허 시장의 어법은 대체로 조건부였다.
수소트램 선정 당시 제안서에 매립장 바이오가스를 연료원으로 쓰겠다는 내용이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그것을 믿고 했다면 어처구니없는 일", 이를 주 연료원으로 삼으려 했다면 "판단 미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구상이 선정 과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더 살펴봐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공구 분할을 보는 시각도 다르다.
허 시장은 '7기 설계 때 공구를 4개 안팎으로 구상했다고 기억하는데, 8기 시정은 지역업체 참여 확대를 이유로 노선을 14개 공구로 나눠 발주했다'고 지적했다. 허 시장은 그 취지를 "제가 모르겠다"고 했다.
7기 설계상 공구 수와 14개 분할의 결정 경위는 시 자료로 확인될 사안이다.
내막을 아직 모른다는 솔직함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어처구니없다", "판단 미스"라는 말이 먼저 나오면, 결론이 정해져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허 시장이 7기 때 수소를 "미완의 기술"로 판단해 제외했다고 말한 만큼, 그 판단이 감사의 출발점과 독립성에 무형의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이장우 시장은 당선인 시절부터 허 시정의 트램을 겨냥했다.
사업비가 7,492억 원에서 두 배가량 뛴 점과 트램의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재검토와 보강 의사를 밝혔다.
올해 5월 TV 토론에서 이장우 후보는 허 후보가 결정을 미루는 사이 사업비가 1조 6천억 원까지 늘었고 시민 혈세 3천억 원이 추가 투입됐다고 비판했다.
허 후보는 증액이 대전역 경유 노선 조정과 테미고개·서대전육교 지하화 구간 추가 등 설계 변경에서 비롯됐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확정된 사업을 집행해야 했던 이 시장이 4년간 무엇을 했느냐고 되물었다.
그때는 정치적 공세와 토론이 무기였고, 이번에는 감사가 등장했다.
허 시장은 "누구를 보복하기 위한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했고, 감사는 명백히 문제가 지적된 부분에 한정한 것이며 민선 8기와 대비하는 관점의 감사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말을 일단 믿는다. 다만 감사의 출발점이 전임자의 판단과 달랐던 대목이라면, 시민 눈에는 도구만 바뀐 같은 공방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
감사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해명이 필요한 지점이 실제로 있다.
비용도 마찬가지다. 시민단체는 시 내부 보고자료를 근거로 현대로템이 제안한 30년 동력비가 2023년 11월 1,470억 원에서 2025년 7월 3,582억 원으로 늘었다고 지적한다.
발표된 900억 원 규모 수소 인프라 투자와 kg당 4,344원의 공급 조건이 계약서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시의 공식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공구 분할 역시 감사대에 오를 수 있다. 허 시장은 대형 철도 사업에서 공정의 안전한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반면 이장우 시장은 지역업체 참여 기회를 넓히려고 공구를 세분화하고 입찰 참여 요건을 낮췄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라는 목적 자체는 정책 판단의 영역이다. 감사가 할 일은 그 판단이 적정했는지를 사후에 따지는 것이지, 정책 선택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다.
책임 공방은 한쪽만의 것이 아니다. 이 시장 측은 허 시정의 결정 지연과 설계 변경이 사업비 상승을 불렀다고 주장해 왔고, 지장물 등으로 시비 4천억 원 안팎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허 시장의 인수위는 지난 6월 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시 담당 부서가 지난해 11월 개통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이미 파악했는데도 올해 4월에야 이장우 시장에게 보고됐고 시민에게 적기에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의적 은폐였는지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가 개통을 2030년 하반기로 늦추고 사업비를 1,515억 원 늘린다고 공식 발표한 것은 지방선거 뒤인 6월 23일이었다. 이 시장 측의 이에 대한 입장은 확인되지 않았고, 8기 측 논거는 과거 발언에 근거한다.
서로 상대의 책임을 말하는 상황에서 감사가 한쪽의 결정만 겨냥한다는 인상을 주면 결과가 어떻든 설득력을 잃는다.
시민의 질문은 누가 옳았느냐가 아니다. 언제 개통되고, 총 얼마가 들고, 그동안의 불편을 어떻게 감수해야 하느냐다.
개통 시점부터 엇갈린다.
당초 2028년 말이던 목표를 시는 6월 2030년 하반기로 조정했고, 허 시장은 이번에 2030년 말 완공을 목표로 제시했다.
시민단체는 형식승인과 기술기준 문제로 2030년 개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시는 기술적 문제가 없으며 차질 없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수소 연료비와 생애주기 비용 공개 요구에는 시장이 직접 답하지 않고 충전소 공급단가와 자체 생산 원가를 비교 중이라고만 했다.
허 시장에게 세 가지를 주문한다.
첫째, 감사 대상의 선정 기준과 범위를 공개하라. 급전 방식 변경과 공구 분할이 왜 감사 대상이 됐는지, 어디까지 보는지가 밝혀져야 보복 논란이 사라진다.
둘째, 감사의 속도에 정책 결정을 맡기지 마라. 연내 결론을 약속한 이상 수소와 대안의 비용·일정·안전성 비교 자료를 시민 앞에 먼저 내놓아야 한다. 단독응찰 경위와 계약서에 명시된 조건도 포함된다.
셋째, 8기 당사자들의 소명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라.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해명할 기회가 막히면 그 감사는 신뢰를 잃는다.
"보복이 아니다"라는 말은 말로 증명되지 않는다. 절차로 증명된다.
트램이 다시 정쟁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감사는 책임을 가리는 데 쓰이되 시민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