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도 금방 시들해지는 이유는?... "뇌가 '적응'하기 때문"
복권 당첨·결혼의 기쁨도 2년이면 원점…연구가 말하는 늦추는 법
[SNS 타임즈] 정신과학 전문 뉴스레터 '콰이어트 허슬(Quiet Hustle)'은 최근 "좋은 일이 오래가지 못하게 하는 기계가 인간의 두개골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쾌락 적응(hedonic adaptation)'이라는 뇌의 작동 원리를 소개하며, 기쁨이 반복될수록 무뎌지는 현상이 의지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 구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쾌락 적응은 좋은 경험도 되풀이되면 처음만큼 즐겁지 않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 글에 따르면 개념의 출발점은 1971년 제시된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 이론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시간이 지나면 감정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온다는 주장이다.
이를 뒷받침한 것이 1978년 연구다. 복권 당첨자와 사고로 몸이 마비된 사람을 비교했더니 당첨자는 일반인보다 유의미하게 행복하지 않았고, 사고 피해자도 예상만큼 불행하지 않았다.
당첨자들은 식사나 대화 같은 일상의 즐거움이 이전보다 덜하다고도 답했다.
이후 연구들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독일에서 10년 넘게 수천 명을 추적한 조사에서 결혼으로 높아진 행복감은 평균 약 2년 안에 원래 수준으로 돌아갔다. 쌍둥이 연구는 사람마다 타고난 행복의 '기준점'이 있고, 그 차이의 약 절반이 유전의 영향이라고 추정한다. 큰 사건으로 감정이 오르내려도 결국 이 기준점 근처로 돌아온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뇌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퀴트 허슬은 원인을 뇌의 보상 회로에서 찾았다.
의욕과 추구를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은 '좋은 것'이 아니라 '예상보다 좋은 것'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1997년 원숭이 실험이 이를 보여 준다.
주스를 주기 전에 불빛을 켜는 과정을 반복하자 도파민 반응이 주스에서 불빛으로 옮겨 갔고, 이미 예측된 주스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기대와 실제의 차이를 뜻하는 '보상 예측 오차'가 사라지면 신호도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새집으로 이사한 첫날 아침에는 방마다 낯설고 새롭지만, 40일쯤 지나면 뇌가 집 안 구석구석을 이미 익혀 더는 놀랄 것이 없어진다. 뇌는 '예상 밖의 일'에만 크게 반응하기 때문에, 같은 집이 여전히 아름다워도 보상 회로는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다.
이 뉴스레터에서는 이를 방 안에서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가 몇 분 뒤 들리지 않는 것에 비유했다. 선풍기가 조용해진 것이 아니라 신경계가 그 소리를 새로운 정보로 취급하지 않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 적응이 좋은 일과 나쁜 일에 똑같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1년 연구 검토는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강하다"고 결론 내렸다.
독일 조사에서도 결혼에는 거의 완전히 적응했지만, 실직은 달랐다. 새 직장을 구한 뒤에도 삶의 만족도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심한 장애를 얻은 경우도 비슷했다.기쁨은 빨리 잊히고 고통은 오래 남는 셈이다.
글쓴이는 여기에 오늘날의 환경이 영향을 더한다고 주장했다.
1950년대 동물 연구에서는 보상을 매번 주는 것보다 언제 나올지 모르게 줄 때 동물이 가장 집요하게 레버를 당겼는데, 스마트폰의 새로고침과 알림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적응을 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 글의 결론이다.
열쇠는 '주의', 곧 지금 하는 일에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있다. 글에 따르면 뇌는 들어온 즐거움을 있는 그대로 재는 계기판이 아니라,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를 반영해 즐거움의 크기를 만들어 낸다.
지난 2월 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사이카이애트리(Frontiers in Psychiatry)'에 실린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자연 풍경을 보거나 좋은 기억을 떠올리거나 유산소 운동을 하는 동안 참가자의 기분을 그 자리에서 측정했다. 그 결과 평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려는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즐거움을 더 크게 느꼈고, 두 실험 모두 연관성을 나타내는 수치(상관계수)가 약 0.48로 나왔다.
글은 2008년 연구도 소개했다. 좋은 일을 겪고도 "원래 좋은 거지"라며 이유를 설명해 버리는 순간 뇌가 그 일을 더 이상 새로운 정보로 여기지 않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집중력은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2012년 연구는 새 연애나 새 직장 등 좋은 변화를 겪은 481명을 석 달간 지켜봤다.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며 그 변화를 덜 즐기게 됐지만, 행복이 유지된 소수는 변화를 일부러 곱씹어 즐기고, 같은 대상을 다른 방식으로 만났다.
비슷한 결과는 더 있다.
2009년 연구에서는 TV 프로그램을 광고 때문에 중간중간 끊겨 가며 본 사람이 끊김 없이 본 사람보다 더 즐겁게 시청했다. 광고가 들어갈 때마다 즐거움에 무뎌지던 과정이 초기화되어, 다시 즐거움이 쌓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2011년 연구들을 종합한 분석은 즐거움의 크기보다 얼마나 자주 느끼느냐가 행복을 더 잘 예측한다며, 큰 즐거움 한 번보다 작은 즐거움 여러 번을 권했다. 이 방법들이 모두 좋은 경험을 '뻔한 일'로 만들지 않아 적응을 늦춘다고 설명했다.
콰이어트 허슬은 이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실천법을 제시했다.
▲첫 모금 전 5초간 컵의 온도와 무게를 느껴 보기 ▲즐거움을 일부러 끊어 즐기기 ▲좋아하던 작은 즐거움을 일주일 끊기 ▲좋은 일의 이유를 따지려는 습관 참기 ▲큰 물건을 사거나 큰 계획을 세우기 전에, 작은 즐거움 여러 개를 대신 누릴 수 있는지 따져 보기 ▲새로고침을 당기는 순간을 알아차리기 등이다.
콰이어트 허슬은 이 방법에 필요한 것이 믿음이 아니라 주의이며, 즐거움이 무뎌지는 것은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뇌가 원래 하게 되어 있는 일을 한 결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