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 어떻게 읽을까? "눈을 보지 말고 발을 보라!"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거짓말 탐지법, "표정보다 대명사가 먼저 드러난다"
"타인에게서 우리를 짜증나게 하는 모든 것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SNS 타임즈-LA]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 칼 융이 남긴 이 말은, 최근 해외 구독형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에서 화제를 모은 글 'How to Read Anyone(누구든 읽어내는 법)'을 관통하는 문장이다.
미국의 자기계발 뉴스레터 '더 씽킹 쉘프(The Thinking Shelf)'가 지난 9일 발행한 이 글은, 사람의 속마음을 간파하는 방법을 심리학 이론에 기대어 조목조목 풀어내며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글의 출발점은 역설적이다. 타인의 속내를 꿰뚫어 보려면 먼저 자기 자신부터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상대에게서 읽어낸다고 믿는 것의 상당 부분은 사실 자신의 불안과 욕망이 투영된 결과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이 논리의 뿌리에는 융의 '페르소나(persona)' 개념이 자리한다.
누구나 사회적 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가면을 쓰고 살아가며, 그 가면 아래에는 스스로도 외면하고 싶어하는 '그림자'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가면 자체가 아니라 가면에 생긴 '균열'을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피곤하거나 방심한 순간, 사소한 실수를 저질렀을 때 튀어나오는 무의식적 반응이야말로 그 사람의 본모습에 훨씬 가깝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균열을 읽어내는 첫 단계로 제시하는 것은 '기준선(baseline)' 파악이다.
누구나 평소의 말투, 자세, 눈맞춤 습관 같은 고유한 디폴트 상태를 갖고 있으며, 이는 감정이나 성격과 무관한 개인차일 뿐이라는 것이다. 상대와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초반 몇 분 동안 평소의 몸짓과 말투를 관찰해두면, 이후 스트레스나 거짓말 상황에서 나타나는 '이탈'을 훨씬 쉽게 포착할 수 있다는 논리다.
특정 몸짓 하나하나가 아니라, 평소와 달라지는 변화 자체가 신호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몸이 보내는 신호 중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 부위로 발과 다리가 꼽힌다.
사람은 어릴 때부터 표정 관리를 훈련받지만 하반신까지는 신경 쓰지 못하기 때문에, 상체는 대화 상대를 향해 있어도 발끝이 슬며시 출입구를 향한다면 마음은 이미 그 자리를 떠났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얼굴에서는 좌우 대칭 여부가 관건이다.
진짜 감정은 뇌 양쪽에서 동시에 처리되기 때문에 표정도 대체로 대칭을 이루는 반면, 한쪽으로 쏠리거나 부자연스러운 표정은 의식적으로 '연출된' 감정일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아주 짧은 순간 스쳐 지나가는 '미세 표정(micro-expression)' 역시 본심을 드러내는 단서로 언급됐다.
언어 습관도 거짓을 가려내는 단서로 제시됐다.
사실을 말하는 사람은 '내가', '내 것'처럼 자신을 주어로 하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는 반면, 거짓말을 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 '그 차'처럼 거리감 있는 표현으로 슬쩍 물러선다는 것이다.
"타인을 속이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거짓말이 훨씬 흔하다"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도 이런 맥락에서 다시 소환됐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순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실제 기억은 감정적으로 강렬한 지점에서 시작해 앞뒤로 넘나들며 떠오르는 경우가 많지만, 지어낸 이야기는 앞뒤가 맞아야 하기에 오히려 시간 순서대로 딱딱하게 전개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작 핵심이 되는 대목은 서둘러 넘어가면서 초반의 사소한 디테일에 공을 들이는 것도 특징으로 꼽혔다.
상대에게 이야기 순서를 뒤섞어 다시 말해보게 하거나, 사소한 한 장면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물어보는 방법도 소개됐다. 실제 경험을 한 사람은 즉각 답하지만, 지어낸 사람은 그 자리에서 새로운 설정을 만들어내야 하기에 머뭇거리기 쉽다는 논리다.
캐묻기보다 침묵이 효과적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짧고 회피성 짙은 대답이 돌아왔을 때 곧바로 추궁하는 대신, 편안한 눈맞춤을 유지한 채 가만히 있으면 상대가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말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캐묻는 질문 대신 "오늘 시스템에 생긴 문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처럼 상황을 전제로 한 질문을 던져보라는 제안도 담겼다. 방어적인 사람은 곧바로 자기 변호에 나서는 반면, 떳떳한 사람은 문제 해결 쪽으로 곧장 반응한다는 설명이다.
분노나 피해자 행세, 과도한 아첨처럼 감정을 앞세워 상대를 흔드는 조작적 행동에 대해서도 언급 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무심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며,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순간 감정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면 이는 진짜 감정이 아니라 상대를 통제하기 위한 계산된 수단일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사람을 속이는 것은 그들이 속았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것보다 쉽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도 이 대목에서 인용됐다.
결국 이 모든 관찰의 목적은 상대를 판단하거나 통제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이 글의 결론이다.
독일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표현을 빌리자면, 타인의 어리석음과 허영, 결점 앞에서도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눈앞의 그 모습이 운이나 성장 환경이 조금만 달랐다면 바로 자기 자신의 모습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도구들을 오직 상대를 조종하는 데만 쓴다면, 결국 고립되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사람이 될 뿐이라는 경고로 글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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