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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 물리학이 증명한 '분리의 환상'
자료 사진. canva by SNS 타임즈

우주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 물리학이 증명한 '분리의 환상'

아인슈타인도 믿지 않은 양자역학, 그 너머를 파고든 추방 물리학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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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ptain nemo

분리는 환상이다 — 데이비드 봄의 '내재 질서'가 현대 물리학에 던지는 질문
매카시즘의 박해 속에서 탄생한 양자역학의 이단적 이론, 반세기 만에 노벨상으로 증명되다

[SNS 타임즈] 20세기 물리학의 이단아 데이비드 봄(David Joseph Bohm, 1917–1992)은 가장 불리한 조건 속에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는 "분리된 것처럼 보이는 세계의 가장 깊은 층에는 무엇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평생을 바쳤고, 그 답은 고대 동양 사상과 놀랍도록 맞닿아 있었다.

봄은 물리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든 희귀한 사상가였으며, 이론물리학, 신경심리학, 정신철학 분야에서 광범위한 영향을 남긴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의 지적 여정은 정치적 박해라는 시련 위에서 시작됐다.

봄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버클리에서 활동하면서 FBI 국장 J. 에드거 후버가 공산주의 전위 조직으로 규정한 단체들과 연루되었다. 이는 전후 매카시즘의 분위기 속에서 그를 안보 위협 인물로 낙인찍는 빌미가 되었다.

1949년 5월, 하원 비미(非美)활동 조사위원회(HUAC)는 이전의 노동운동 및 공산주의 의혹자와의 연계를 이유로 봄을 소환했다. 봄은 수정헌법 제5조를 원용하며 자신과 동료들의 정치적 활동에 대한 일체의 진술을 거부했다.

1950년, 봄은 의회 모독죄로 기소되고 체포됐다. 프린스턴 대학교는 그를 정직시켰다가 이후 복직시켰으나 결국 계약을 갱신하지 않았다. 봄은 이듬해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프린스턴은 1951년 6월 그의 캠퍼스 출입마저 금지했다.

아인슈타인의 도움으로 봄은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교 교수직을 얻었다. 이후 이스라엘 하이파 공과대학(테크니온)을 거쳐 런던 대학교 버크벡 칼리지 이론물리학 교수로 자리를 잡았으며, 1987년 은퇴할 때까지 그곳에서 연구를 이어갔다. 그는 미국 학계로 돌아오지 못했다.

잉크 방울과 우주의 비밀... '내재 질서'의 탄생

프린스턴 시절, 봄은 코펜하겐 해석을 집대성한 양자역학 교과서 Quantum Theory(1951)를 펴냈다. 아인슈타인은 이 책이 코펜하겐 해석을 가장 명료하게 서술한 책이라 극찬하면서도, 자신은 그 내용을 믿지 않는다고 봄에게 털어놓았다. 그 말은 봄의 사유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봄은 현실의 심층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하나의 시각적 비유를 즐겨 활용했다.

두 개의 원통 사이 공간을 점성이 높은 유체로 채우고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린다. 내부 원통을 천천히 회전시키면 잉크는 실처럼 늘어나다가 사라진다. 방향을 바꿔 같은 횟수만큼 되돌리면, 잉크 방울은 원래 모습 그대로 재조합된다. 질서는 파괴된 것이 아니라 유체 속에 '접혀(enfolded)' 있었던 것이다.

봄은 이 비유를 우주 자체에 적용했다.

우리가 감각으로 지각하는 물체, 입자, 분리된 사물들은 '외재 질서(explicate order)' 즉, 펼쳐진 표면에 불과하다. 그 밑에는 모든 것이 서로 안으로 접혀 있는 '내재 질서(implicate order)'가 존재한다. 비분리적이고 비국소적이며 완전히 하나로 통합된 영역이다. 이 두 질서 사이를 끊임없이 펼치고 다시 접히는 운동을 봄은 '홀로무브먼트(holomovement)'라 불렀다. 내재 질서의 층위는 더 깊은 곳으로 계속 이어지며, 이 궁극적으로 알 수 없고 기술할 수 없는 총체성이 바로 봄이 말하는 홀로무브먼트이자 "모든 물질의 근본적인 토대"다.

1951년, 봄은 '은닉 변수'를 이용한 양자역학의 새로운 해석을 담은 논문을 제출했고, 이는 1952년 출판됐다. 이 논문은 이후 수십 년에 걸친 양자역학의 대안적 접근법 탐구의 출발점이 됐다.

표준 양자론에서 입자는 측정 전까지 확정적인 위치를 갖지 않는다.

그러나 봄의 '드 브로이-봄 파일럿파 이론(de Broglie–Bohm pilot-wave theory)'에서 입자는 항상 확정적인 위치를 가진다. 입자는 '양자 퍼텐셜(quantum potential)'이라는 실재하는 파동장(波動場)에 의해 안내된다. 이 장은 힘이 아닌 정보를 통해, 비국소적이고 순간적으로 전체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입자에 전달한다.

이 틀 안에서 얽힘(entanglement) 현상은 역설이 아니다. 은하 반대편에 있는 두 얽힌 입자가 하나처럼 행동하는 것은 어떤 신호가 전달되어서가 아니라, 두 입자가 처음부터 동일한 내재 질서의 전개물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분리란 없다.

벨의 정리와 2022년 노벨상 — 반세기 후의 실험적 확인

봄의 이론은 당초 주류 학계에서 외면받았지만, 역사는 그의 편이었다.

1964년, 존 벨(John Bell)은 봄의 EPR 역설 변형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국소적 숨겨진 변수 이론이 양자역학의 통계적 예측을 재현할 수 없음을 증명하는 부등식을 도출했다. 벨 부등식의 위반을 실험적으로 검증하려는 노력은 결국 알랭 아스페(Alain Aspect), 존 클로저(John Clauser), 안톤 차일링거(Anton Zeilinger)의 202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세 사람은 양자역학의 가장 반직관적인 예측들이 측정 결과를 사전에 결정하는 내재적 속성으로 설명될 수 있는지를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결론은 분명했다. 우주는 비국소적이다. 봄은 수십 년 전 이미 이 사실을 이론적으로 도출해 냈다.

의식과 물질은 하나 — 봄의 철학적 도약

봄은 방정식에서 멈추지 않았다. 만약 내재 질서가 더 깊은 실재이고 모든 것이 거기서 펼쳐진다면, 의식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봄의 답은 급진적이었다. 정신과 물질은 두 개의 별개 실체가 아니라, 하나의 근원적 운동의 두 측면이다. 그는 '신체-의미성(soma-significance)'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모든 사건은 신체적(somatic) 차원과 의미론적(significant) 차원을 동시에 지니며, 양자는 서로 유입된다. 의미가 물질을 형성하고, 물질이 의미를 낳는다. 봄은 생명과 의식이 생성 질서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으며, 따라서 전자와 같은 이른바 '무생물적' 물질을 포함한 모든 물질에 다양한 전개 정도로 존재한다고 보았다. 그는 물질에 '원초적 지성(protointelligence)'이 있다고 제안했다.

봄은 스탠퍼드 대학의 신경과학자 칼 프리브람(Karl Pribram)과 협력해 뇌의 홀로노믹 모델(holonomic model)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는 뇌가 홀로그램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이론으로, 기존의 인지과학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봄과 크리슈나무르티 — 과학과 지혜의 25년 대화

크리슈나무르티와 봄 대화는 약 25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처음으로 녹음된 대화는 1965년 8월 스위스 자넨에서 열린 크리슈나무르티 연례 모임 이후였다.

그들의 대화는 통찰, 환상, 각성, 초월, 도덕, 시간성, 영성 등 존재의 근본적 성격을 탐구하는 주제들을 다루었으며, 인간의 사유, 죽음, 자아실현, 분열된 정신의 문제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했다.

1980년에 진행된 15개의 대화 중 13개는 1984년 The Ending of Time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두 사람은 '존재의 근거(the ground)'라고 부른 것에 대한 탐구에서 깊이 일치했다. 이 대화에서 봄은 크리슈나무르티와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언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달라이 라마는 봄에 대해 "그는 오만하거나 거만하지 않았다. 오히려 겸손하고 대화하기 편한 사람이었다. 과학적 훈련에 충실하게 편견 없고 열린 마음을 지녔다. 나는 그를 나의 과학적 스승 중 한 명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물리학이 도달한 곳, 고대 사상이 머문 곳

봄의 이론이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다양한 고대 사상 전통과 구조적으로 수렴한다는 점이다.

힌두교 베단타 철학은 무한하고 불변하는 순수 의식의 토대인 '브라만(Brahman)'을 말한다. 분리된 사물들로 이루어진 현현(顯現) 세계는 '마야(Maya)'—실재의 표면으로서 깊이와 혼동된 겉모습이다. 봄의 내재·외재 질서 구분과 근본적으로 동일한 구조다.

도덕경의 첫 구절은 "말할 수 있는 도(道)는 영원한 도가 아니다"로 시작한다. 근원은 이름 붙일 수 없다. 봄 역시 홀로무브먼트를 "정의할 수 없고 측정할 수 없다"고 표현했다. 지도는 결코 영토 자체가 아니다.

불교의 화엄경에 등장하는 '인드라의 그물(Indra's Net)' 이미지는 무한한 우주적 그물망에 각 매듭마다 보석이 달려 있고, 각 보석은 다른 모든 보석을 반영한다는 비유다. 중심도 끝도 없는 완전한 상호침투. 봄의 내재 질서 개념에서 실재의 각 영역은 전체를 내포한다는 원리는 이 신화적 이미지를 물리학의 언어로 옮긴 것이라 할 수 있다.

분열의 시대에 건네는 물리학의 언어

봄은 만년에 이렇게 썼다. "근본적으로 인류의 의식은 하나다. 이것은 사실상 확실하다. 왜냐하면 진공 속에서조차 물질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이것을 보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 스스로 눈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으로, 봄의 1952년 논문은 과학 문헌에서 수만 건의 인용을 기록하고 있다. 수백 명의 물리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양자역학의 어떤 해석을 가장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코펜하겐 해석을 선택한 이들과 거의 동등한 수가 파일럿파 혹은 다세계 해석을 선택했다. 1950년대의 이단적 아이디어들이 오늘날 상당한 수준의 수용에 도달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분리는 실재의 특성이 아니라, 실재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의 특성일 수 있다. 데이비드 봄은 추방과 고립 속에서 그 가능성을 수식으로 증명하려 했다. 그의 물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Copyright, SNS 타임즈 www.sns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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