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치약한수'가 미래 삶의 안전지대 될까?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계기로 살펴본 의료개혁, 교육 개혁(2)

[SNS 타임즈] '의치한약수' 라이선스가 현재처럼 미래에도 편한 삶을 보장하는 안전지대가 될까? 그건 그렇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관련 법률, 시장 등 상황 변화에 의해 엄청나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좋은 사례가 있다. 법률전문가인 변호사 시장을 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현실의 삶에서 편안한 삶을 보장하는 완전한 안전 지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어려움에 부딪히고, 그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단련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의치한약수'는 우리나라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이 입학하기를 바라는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과대학을 포괄하는 용어다.
그러면 '의치한약수' 라이선스가 현재처럼 미래에도 편한 삶을 보장하는 안전지대가 될까? 그건 그렇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관련 법률, 시장 등 상황 변화에 의해 엄청나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좋은 사례가 있다. 법률전문가인 변호사 시장을 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변호사 시장 변화 사례
지난 40년 동안 변호사 수는 10배 늘었으나 의사 수는 3배 늘었다. 변호사 수 증가에 로스쿨 제도 도입이 결정적이었다. 2009년 한국 법조인 수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변호사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정부 주도로 사법개혁이 추진됐다.
이에 따라 로스쿨 도입 등 여러 정책이 실시돼 연간 변호사 배출 숫자가 갑자기 증가해 2012년 약 1만 4500명이던 변호사가 11년 만인 2023년 상반기 3만 3000여 명으로 2.5배 급증했다. 2009년 로스쿨 제도가 처음 만들어질 때는 법조 시장 확대를 예상했지만, 기대와 달리 변호사 시장 규모는 확대되지 않고 변호사 수만 증가해 레드오션으로 추락했다.
대형 로펌은 기업 관련 사건 수임으로 높은 수입을 얻는 반면,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는 변호사들은 생존을 위해 사무실 공유, 공유 사무실 또는 집 사무실 사용으로 비용 절감에 나설 정도로 변호사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의 1인당 월 사건 수임률은 2013년 2건에서 2021년 1.1건까지 감소했는데, 사건 당 선임료를 500만 원으로 계산해봤을 때 비용과 세금 등을 제외하면 한 달 수입이 300만 원도 안 된다. 지금처럼 매년 1500명 신입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면 앞으로 변호사 1인당 매출은 더 줄어들 수도 있다. 변호사 간 양극화 흐름은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4차산업혁명의 물결이 법조 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데, 플랫폼을 통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톡, 로앤굿, 로시컴 등과 같은 리걸테크다. 이로 인해 개인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률은 더욱 감소되고 있다.
리걸테크 업계가 법조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자 대한변호사협회는 합법성 여부 등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고, 회원들인 변호사들에게 참여를 금지시키고 있다. 리걸테크 출현을 놓고 변호사 단체 내부에서도 직역 수호를 위해 거부하자는 목소리와 플랫폼을 통한 접근성 개선을 위해 수용하자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변호사 자격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무원 특채 시 이전에는 사무관 5급 이상이었는데 요즘은 7급, 경찰 특채 시 이전엔 경정이었지만, 요즘은 경감도 어렵다. 대기업의 경우, 이사급으로 변호사를 특채한 과거와 달리 요즘은 과장급 정도다.
정부에서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해 67% 증원을 발표하자 빅5병원 전공의 파업, 의대생 동맹휴학 등에 나서는 것은, 로스쿨로 인해 변호사들의 위상 추락을 사전에 학습한 것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력 시장의 경우, 수요와 공급에 의해 연봉이 결정된다는 것은 경제 교과서에 나오는 기초 이론이다. 의사 공급이 많아지면, 의사 연봉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에 비해 의사 임금은 6.8배인데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 이유는 OECD국가 중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6명으로 꼴찌인 멕시코의 2.5명 다음으로 적은 것으로 설명된다. OECD 국가들의 인구 1000명당 평균 의사 수는 3.7명이다. 인구 고령화에 의해 의료 수요가 늘어나는데도 의사 수를 늘리지 않으면, 의사들 연봉이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출생률 저하로 의료 수요가 줄어든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우리나라 인구 구조가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 되는 초고령 사회로 전환되므로 오히려 인구 노령화로 인해 의료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대 입학 정원 증원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주수호 전 회장은 “정부는 절대로 의사를 이길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국민을 이긴 의사는 없다”며 강경하게 대응 방침을 발표함으로써 강대강 대치를 하고 있다. 국민들의 대다수가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증원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점이 정부가 의료 혁신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배경이 됐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이 의사 단체와의 회의에서 “이번에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실패하면 대한민국은 없을 것이다”라고 한 발언에서 정부의 비장한 각오를 짐작할 수 있다.
정부 원격의료 전면 허용, 간호사법 개정으로 대응
정부는 의대입학 정원 증원에 조직적으로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집단에 대해 파업 기간 중 원격의료(비대면 진료) 허용을 고려하다가 2월 23일부로 보건의료재난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원격의료를 무제한으로 전격 허용했다.
그러나 약사들을 의식해 약 배송은 제외했다. 앞으로 일본 등 선진국가처럼 원격의료가 법제화돼, 원격에서 진료를 받고, 조제약이 택배로 가정으로 배달되는 제도가 국내에서도 현실화되면, 동네에 있는 의원과 약국은 상당수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의료법을 개정해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법 개정을 발표하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협회는 물론이고, 동네 개원 의사, 동네 약국 약사들이 개정 반대 시위에 적극적으로 나서 추진을 저지한 바 있다.
이처럼 국내 의료계와 약사들이 원격진료라는 단어만 나와도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는 것은 동네 의원과 약국의 붕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허용되고 있는 원격의료가 의료업계와 시민단체 강력한 반대로 20여 년간 난공불락의 성처럼 굳게 닫혀 있으며, 시범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한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2013 전국의사궐기대회' 투쟁으로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국가에서 허용되고 있는 원격의료 제도 시행을 막았다. (출처: 인터넷)
지난번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간호사법 개정안을 다시 추진해 실제 의료현장에서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진료보조(PA: 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제도를 간호사법에 반영해 간호사 업무 영역을 확대하는 카드도 고려되고 있다.
수술실 간호사 또는 임상 간호사라고 불리는 PA간호사는 외래, 병동, 중환자실, 수술실 등에서 의사를 대신해 처방과 수술 지원, 검사 등을 담당하는 인력인데, 현행 의료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어서 정부가 제도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은 독자적인 간호사법이 제정돼 있다. 현재 간호사의 업무는 취약 계층 대상 방문 건강 관리, 가정 간호, 노인 장기 요양 방문 간호, 만성 질환 관리, 각급 학교 양호 선생 역할 수행으로 이미 의료법에서 규정하는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를 넘어섰다.
외국의 경우 간호사들이 전문 의료인으로서 1차 의료 수행하고 있고, 미국에선 독자적인 약 처방과 의료기관 개원 가능하다. 그러므로 간호사법을 개정해 간호사들이 이미 수행하고 있는 PA업무를 법제화하게 되면, 간호사들이 기존 의사 업무에 속하는 진료업무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의사들 입장에서는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수의사의 역역에서도 변호사 시장과 같은 변화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이미 한의사의 경우, 비아그라 출시 이후 보약 시장이 위축된 후 수년 전부터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져 버렸다. 비아그라 출시 이전 한의원 매출이 보약 첩약:침과 뜸 시장 규모가 8:2였는데, 비아그라 출시 이후 이 비율이 2:8로 역전됐으며, 홈쇼핑 채널에서 저렴한 홍삼 제품의 대규모적인 판매로 이젠 시장이 유명무실해지면서 한의사의 수입이 크게 추락한 상태다.
한의원들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해 입원실 인테리어를 고급으로 하고, 교통사고를 당한 실비 보험 입원 환자를 유치하거나 살빼기 등 건강 미용 한방 의료를 개척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이번 의대 입학 정원 확대로 인한 의료 대란 상황에서 한의사들은 한의대 입학 정원 715명을 축소해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 활용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떤 분야든 라이선스를 갖고 생업을 영위하는 전문직들은 고정된 시장 파이를 나누는 숫자가 확대되는 것을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그리고 다른 라이선스 분야의 변화가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시장 파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을 경우, 극단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 라이선스로 생업을 영위하는 전문직들의 밥그릇 싸움은 치열하다. 필수 의료와 의사 수 부족 문제 해결에 한의사를 활용해야 한다는 한의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출처: 인터넷)
약사의 경우, 2000년 의약분업으로 의사는 처방, 약사는 조제로 기본 틀이 바뀌었다. 약대 교육 과정은 6년제로 확대됐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약사들의 의사 영역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2000년 의약 분업 시에는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의대 입학 정원을 10% 감축했다. 반면, 연간 1700명의 약사 배출로 약국을 개설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기존 약국을 양도받는 데에도 거액의 권리금을 지불해야 하는 등 점점 약국 시장이 포화되고 있다.
정부에서 국민의 편의 증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일반 약품의 편의점 판매 품목 단계적 확대도 약사 입장에선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치과의사, 수의사의 경우에도 어떤 변수가 생길지 예상하기 어렵다.
수의사의 경우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을 돌파하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경제 불황 등의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의 대폭적인 감소 등 향후 어떤 변곡점이 생길지, 어떤 법 제도가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AI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의사협회에서 속내를 드러내지 않지만 'AI닥터'가 '인간 의사'를 언젠가는 대체할 것이라는 위기감 또한,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데 암암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들의 삶을 긴 시간축에서 보면, 완전한 안전지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어려움에 부딪히고, 그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단련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 3편: AI 닥터가 인간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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