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정신이 그립다
충청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의원 방한일

오늘날 우리 사회는 산업화의 고도화를 지나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면서, 물질적 풍요와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여유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정치권은 이념적 대립 속에 분열과 갈등을 반복하고, 공동체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묶여 상생보다는 대립과 불신을 키우는 듯 보일 때가 많아, 많이 안타깝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다시금 되새겨야 할 가치가 바로 선비정신이다.
선비정신이란 단순히 옛 선비들의 학문적 태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곧 청렴·정직·겸손·책임이라는 덕목이 생활 속에 녹아든 정신이다. ‘의(義)를 앞세우고 이익을 뒤로 한다’는 가치관, 권력과 물질 앞에서도 당당히 지조를 지키는 태도,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낮추는 겸허한 자세가 바로 선비정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비록 가난하고 불편한 삶을 살았으나, 학문을 통해 스스로를 갈고 닦고,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실천적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붓을 꺾고 창을 들었으며, 벼슬길에 나아가서는 백성의 삶을 살피는 것을 가장 큰 사명으로 여겼다. 이처럼 선비정신은 단순히 개인의 덕목에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 전체의 올바른 방향을 이끄는 지혜였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선비정신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권력 앞에서는 원칙이 아닌 이해득실을 따지고, 정치권은 대화와 타협보다는 상대를 공격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쓰고 있다. 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했지만, 돈이 곧 정의라는 그릇된 풍조가 만연해 있다.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가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왜 그토록 혼란과 불신에 빠져 있는지 잘 보여 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풍조가 단지 일부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모두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작은 이익 앞에서 양심을 저버리고, 편리함 앞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은 어느새 일상이 되어 버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선비정신이 그리워진다. 우리 모두가 선비정신의 덕목을 마음에 새기고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면, 지금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다. 정직은 신뢰를 낳고, 청렴은 공동체의 기반을 세우며, 겸손은 화합을 이끌어내고, 책임은 미래를 준비하게 한다.
정치권이 선비정신을 본받아 국민 앞에 진정성으로 다가선다면, 지금과 같은 소모적 갈등 대신 대화와 협력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선비정신을 경영의 근간으로 삼는다면,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신뢰와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개인이 선비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한다면, 이기적 경쟁보다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 삶이 가능해질 것이다.
선비정신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지혜이자 지향점이다. 선조들이 물려준 이 정신은 오늘날의 혼란을 헤쳐 나갈 등불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다시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정의로운 질서, 더불어 사는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선비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우리 모두가 그리워하는 것은 바로 큰 어른의 지혜, 선비의 정신이다. 이를 되살리는 길만이 시대의 혼돈을 넘어, 미래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회를 물려줄 수 있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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