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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시선] 충남 'AI 기본사회', 기술의 숫자보다 도민의 삶이 중요하다
3일 충남도청에서 개최된 '충남 AI기본사회 비전 선포식'. /SNS 타임즈

[편집장의 시선] 충남 'AI 기본사회', 기술의 숫자보다 도민의 삶이 중요하다

220만 도민의 일상을 바꾸겠다는 2030년 청사진… 비전 넘어 실질적 성과로 증명해야

정대호 편집장 profile image
by 정대호 편집장

AI 돌봄·의료·안전·행정 전면 확대… 재정적 지속성·공공서비스 신뢰성·사람 중심의 책임체계가 관건

[SNS 타임즈] 충청남도가 도민 220만 명의 일상을 인공지능(AI)으로 연결하겠다는 'AI 기본사회' 비전을 내놓았다.

돌봄과 의료, 안전, 교통, 행정에 이르기까지 주민 생활 전반을 AI로 혁신하겠다는 구상이다. 산업과 기술 중심으로 논의되던 AI를 주민 누구나 일상에서 혜택을 누리는 공공서비스로 확대하겠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정책적 시도다.

그러나 AI 기본사회의 성공을 가르는 기준은 얼마나 많은 기술을 도입하고, 얼마나 많은 기기를 보급했느냐에 있지 않다. 그 기술이 주민의 불편을 얼마나 줄였으며, 기존 제도와 행정이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얼마나 개선했느냐가 본질이다.

충남도가 3일 발표한 'AI로 통(通)하는 충남, 모두가 누리는 기본사회' 비전은 이 같은 관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는 2030년까지 AI 돌봄기기 4만 1800명 보급, 정신건강 위험 조기 발견체계 구축, 도내 모든 CCTV의 AI 관제 적용, 15개 시군 AI 교육 기반 확충 등 광범위한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지역 완결 AI 돌봄·의료 체계를 비롯한 7대 전략은 복지·건강, 재난·안전, 정주·문화, 행정·교육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영역을 포괄한다.

특히 초고령화와 인구감소, 농어촌 의료 접근성 저하, 교통 불편 등 충남이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를 AI 기술로 해결하겠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기술의 발전을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와 연결하려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다만 비전의 의미가 크다고 해서 그 실현이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책의 범위가 넓고 목표가 클수록 이를 뒷받침할 실행계획과 책임체계는 더욱 구체적이어야 한다.

AI 돌봄 680억 원, 중요한 것은 기기 보급 이후다

충남도의 AI 기본사회 구상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분야는 돌봄과 의료다.

충남의 고령화율은 24.1%에 달한다. 도는 2040년이면 도민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돌봄 수요 증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농어촌 지역의 의료 접근성 문제 역시 새로운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도는 2030년까지 680억 원을 투입해 80세 이상 독거노인 4만 명과 발달장애인 1800명에게 AI 돌봄기기를 보급할 계획이다.

AI가 24시간 이용자의 건강과 안전을 살피고,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돌봄 담당자에게 알리는 방식이다. 돌봄인력의 부족과 서비스 공백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AI 돌봄기기 4만 1800대가 보급되면 그만큼 돌봄의 질도 높아지는가.

반드시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AI가 위급 상황을 감지하더라도 실제로 현장에 출동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사람과 기관이다. 기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고장과 통신 장애에 대응하며, 이용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일 역시 별도의 운영체계를 필요로 한다.

결국 AI 돌봄의 성패는 기기의 보급 규모가 아니라 기술이 감지한 위험을 실제 보호와 지원으로 연결하는 체계가 얼마나 촘촘하게 구축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점에서 680억 원이라는 사업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기기 보급 이후의 관리 방식과 서비스 운영의 지속 가능성이다.

이번 발표 자료에는 AI 돌봄기기 보급을 위한 사업비가 제시돼 있지만, 7대 전략 전체의 총사업비와 세부 재원 분담계획까지 확인되지는 않는다.

이는 재정계획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향후 사업별 투자계획과 운영비 부담, 연차별 추진 일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는 의미다.

AI 기본사회는 일회성 기술 보급 사업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할 공공서비스다. 초기 구축비만큼이나 장기적인 유지·관리 비용과 현장 운영체계가 중요한 이유다.

자살률 50% 감축, 목표만큼 평가 기준도 분명해야 한다

정신건강 분야에서 제시한 목표도 주목된다.

충남도는 AI를 활용한 정신건강 위험 조기 발견과 상담 연계체계를 구축해 2030년까지 자살률을 50%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충남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도가 제시한 자료 기준 35.7명이다. 높은 자살률은 충남이 해결해야 할 심각한 사회적 과제다.

AI를 활용해 위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 상담과 치료로 연결하겠다는 방향은 예방 중심의 정신건강 관리체계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자살률은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 정신건강 상태, 의료 접근성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지표다.

AI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해서 자살률 감소를 곧바로 AI 정책의 성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AI가 위험 신호를 얼마나 정확하게 발견했는지, 발견된 대상자가 실제 상담과 치료로 얼마나 연결됐는지, 이후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졌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50% 감축이라는 목표가 갖는 정책적 무게만큼 기준 연도와 성과 측정 방법도 명확해야 한다.

행정은 때때로 수치로 표현되는 목표를 성과 자체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목표는 성과가 아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 실제로 주민을 보호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AI 기본사회가 지향해야 할 것은 높은 성과지표를 제시하는 행정이 아니라, 위기에 놓인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발견하고 필요한 도움으로 연결하는 행정이어야 한다.

AI의 판단이 커질수록 사람의 책임도 분명해져야 한다

AI 기본사회가 확대될수록 반드시 함께 검토해야 할 문제가 있다. 기술의 정확성과 개인정보 보호, 그리고 최종 책임의 문제다.

충남도는 2030년까지 도내 모든 CCTV에 AI 관제 기술을 적용하고, 기상정보와 하천 수위, 긴급 신고 등을 통합 분석하는 지능형 재난대응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정신건강 분야에서는 통신·활동정보 분석을 활용하고, 복지행정에서는 주민의 상황과 수요에 적합한 지원사업을 AI가 안내하는 체계도 구상하고 있다.

AI가 방대한 정보를 분석해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행정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기술의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잘못된 분석과 판단이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

AI가 실제 위험을 놓친다면 누가 이를 확인하고 대응할 것인가. 반대로 잘못된 경보나 부정확한 복지정보가 제공된다면 이용자는 어떤 절차로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가.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오류를 넘어 공공서비스의 신뢰와 직결된다.

특히 건강정보와 통신·활동정보, CCTV 영상 등은 수집과 활용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고 정교하게 분석하는 것이 언제나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필요한 범위에서 적법하게 정보를 활용하고,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정책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남도는 이번 비전에서 AI의 오류와 편향, 개인정보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람 중심의 윤리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원칙의 선언을 넘어 실제 서비스별 데이터 관리와 오류 대응, 책임 소재를 구체적으로 정립해야 한다.

AI의 역할이 확대된다고 해서 행정의 책임까지 기술에 맡길 수는 없다.

공공서비스의 최종 책임은 여전히 사람과 공공기관에 있다. AI가 판단을 보조할 수는 있지만, 그 판단의 적절성을 확인하고 주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체계는 행정이 책임져야 한다.

'모두가 누리는 AI', 누구도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

충남도가 제시한 비전에서 특히 주목할 표현은 '모두가 누리는 기본사회'다.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그 혜택이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 집중된다면 기본사회라는 정책적 목표와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충남도는 도와 15개 시군에서 운영하는 800여 개 복지·보건 사업을 통합 안내하는 'AI 도민비서'를 도입하고, 시군별로 분산된 교통 예약·배차 기능을 통합하는 AI 수요응답교통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 행정서비스의 복잡성과 농어촌 교통 불편을 개선할 수 있는 시도다.

그러나 복지정보를 한곳에서 안내하는 것과 실제로 필요한 지원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지원 대상과 신청 자격에 관한 정보가 정확해야 하고, 행정기관 간 업무 연계도 원활해야 한다. AI가 안내한 내용을 이용자가 이해하지 못하거나 실제 신청 과정에서 다시 여러 기관을 찾아야 한다면 서비스 통합의 의미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교통 역시 마찬가지다.

AI가 효율적인 배차 경로를 계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교통이 불편한 지역의 주민들이 실제로 버스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는지다.

이러한 관점은 AI 교육 정책에도 적용된다.

충남도는 현재 5개 시군에 설치된 AI 디지털 배움터를 2028년까지 15개 시군 전체로 확대하고, 연간 AI 교육 인원을 올해 6만 명에서 2030년 20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교육 기회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교육 인원이 증가했다는 사실만으로 디지털 격차가 해소됐다고 볼 수는 없다.

교육받은 주민이 실제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고령자와 장애인도 불편 없이 접근할 수 있는지, 교육 이후에도 지속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기기 사용이 어려운 주민에게는 대면과 전화 등 기존 서비스의 접근성도 함께 보장될 필요가 있다.

모든 주민이 AI를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AI 기본사회의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AI를 사용하든 사용하지 않든 필요한 공공서비스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포용이다.

비전의 크기보다 삶의 변화로 평가받아야

충남의 AI 기본사회 비전은 기술 발전의 성과를 주민 생활의 개선으로 연결하겠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출발이다.

특히 초고령화와 의료·교통 접근성 문제, 지역 간 생활서비스 격차 등 지방정부가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를 AI 정책의 중심에 놓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도는 이번 비전 선포를 계기로 15개 시군과 공공기관, 민간기업, 전문가, 도민이 참여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7대 전략의 핵심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9월 도민 19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4.6%가 새로운 AI 서비스 이용 의향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높은 기대는 정책 추진의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용 의향과 실제 이용, 이용 만족도와 정책 성과는 서로 다른 문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비전의 규모를 강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책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제시하는 일이다.

사업별 재정계획과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고, 기술의 안전성과 개인정보 보호를 확보하며, 성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변화를 정책 평가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박수현 충남도지사는 이번 비전 선포에서 "기술은 사람에게 닿아야 비로소 가치가 생긴다"고 밝혔다.

이번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 역시 이 말에 담겨 있다.

AI가 독거노인의 위급 상황을 더 빨리 발견하고, 의료 취약지역 주민이 필요한 진료를 더 쉽게 받으며, 교통이 불편한 농어촌 주민의 이동 부담을 줄이고, 복잡한 행정절차로 어려움을 겪던 도민이 필요한 지원을 제때 받을 수 있게 된다면 AI 기본사회는 실질적인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반대로 수많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가 미미하다면 정책의 성과를 높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2030년까지 남은 시간은 단순히 AI 기술을 확산하는 기간이 아니라, 그 기술이 사람을 위한 공공서비스로 정착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AI 기본사회의 주인공은 AI가 아니라 사람이다.

충남도가 내놓은 청사진이 의미 있는 정책적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동시에 그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은 기술의 숫자나 사업의 규모가 아니라,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여야 한다.

- Copyright, SNS 타임즈 www.sns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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