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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분첩 속의 거울이 아니다’

우리글의 향기- 이우걸 거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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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집팀
‘거울은 분첩 속의 거울이 아니다’
이우걸 작가. © SNS 타임즈

[SNS 타임즈- 김천] 거울은 거울 앞에서 서는 행위마저도 반성케 한다. 거울의 힘은 그 순환의 운동성에 있다. 거울의 우주, 순환하는 우주로서의 거울은 분첩 속의 거울이 아니다.

한번쯤 다 태울 듯 뜨거워도 보고 마른 가슴에 물 듬뿍 끼얹어도 보고 그렇게 달게 익을 그 날을 위해 견뎌가는 칠월입니다. 이 달에는 제1회 백수문학상을 수상하고 전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을 역임한 이우걸 작가는 창녕 우포늪 안에 아담하게 차려진 이우걸문학관의 주인공으로 우리 고유의 문학인 시조의 현대화를 위해 지금껏 헌신을 아끼지 않는 이우걸 작가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거울·3

이우걸

무명의 시간들이 익사해 간 거울 속에는

분홍으로 가려 있는 추억의 창도 있지만

빗질을 하면 할수록

헝클리는 오늘이 있다

그러나, 아침마다 잠이 든 넋을 위해

누군가 힘껏 쳐 줄 종소릴 기다리며

우리는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어야 한다.

비가 오고 서리가 오고 국화꽃이 길을 열고

우리 맞는 계절은

늘 이렇게 조화로운데

거울은

무슨 음모에

또 가슴을 죄는구나

▲ 이우걸 작가.  © SNS 타임즈

<시평: 정과리 연세대 교수, 문학평론가>

보통 독자들은 무심코 지나가겠지만 이 작품은 시조다. 시조하면 무위자연과 음풍농월을 떠올리겠지만 그것은 전통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실천 탓이다. 그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시조란 곧 생활 속에서 피어오르는 시절가요임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시조인들이 노력하고 있다. 이우걸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이 시는 그 건조한 묘사와 삶에 대한 집요한 질문으로 저 ‘무위자연’을 철저히 부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의 맛은 깔끔한 구성이 범상치 않은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 시는 ‘거울’에 대한 시인데, 거울은 주제뿐만 아니라 구성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아 2연이 거울 역할을 하면서 1연과 3연을 거꾸로 비추고 있다. 1연의 거울은 차라리 ‘창’으로서 존재한다. 그 창 사이에서 추억과 오늘이 대립하고 있다. 2연은 그 창을 진짜 거울로 바꾼다. 바꾸니까 바깥의 풍경이 나의 문제로 탈바꿈한다. 무릇 거울은 반성의 상징이다. 헝클어지기만 하는 오늘의 세태는 거울 앞에 서 보니 바로 내가 반듯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거울 앞에 서면 우리는 세상을 탓하기에 앞서 나를 점검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어떤 종소릴 기다리면서 마음과 몸을 깨끗이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까지는 꽤 도덕적인 교훈을 담은 시로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3연에 오면 달라진다. 3연은 1연의 되풀이인데 되풀이함으로써 무언가 크게 달라졌다. 계절은 추억의 변용이다. 즉 과거의 시간이 현재로 옮아오면서 공간화되었고 그 공간의 이름은 계절이다.

이 순환하는 자연에 ‘거울 앞에 선 나’가 대립하고 있다. 그런데 거울 앞의 자아는 자신을 비추어 보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키우고 있다. 때로, 아니 빈번히, 거울 앞에서 우리는 승리를 위한 의욕을 키운다. 모든 일을 자신으로 집중시키면서 무언가 음모를 짜고 있다. 저 순환하는 자연은 그 거울 뒤의 창인데, 이제 창은 차라리 거울로서 존재한다.

그것이 거울 앞에 선 자의 조인 가슴과 핏발선 눈초리를 비추고 있다. 과거에서 오늘로, 오늘에서 자연으로 거울은 순환한다. 순환하면서 거울은 거울 앞에서 서는 행위마저도 반성케 한다. 거울의 힘은 그 순환의 운동성에 있다. 거울의 우주, 순환하는 우주로서의 거울은 분첩 속의 거울이 아니다.

- 에디터 : 이석 황삼연

- Copyright, SNS 타임즈 www.sns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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