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秋霜)논객 이상일 칼럼

▲ 이미지 편집. /SNS 타임즈

[SNS 타임즈] 화양연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순간을 의미하는 이 사자성어가 가리키는 시절은 과연 한동훈에게 언제일까?

위기에 빠진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으로 발탁돼, 전국을 순회하던 그는 충북 진천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문재인 정권에서 당한 4번의 좌천 중 3번째 부임지가 진천이었는데, 그때가 제 인생의 화양연화 같았다!" 이는, 실상 그 시절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한동훈의 화양연화는 언제였을까?

문재인 정권 초,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으로 먼지털이 수사를 무소불위로 밀어붙이며 문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로부터 절대적 지지와 환호를 받았을 때일까? 아니면, 윤석열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파격적으로 발탁돼, 뛰어난 머리와 순발력, 논리 있는 언변, 패션 감각, 신선한 다른 언어를 구사하며, 기존 정치인과 달리 깔끔한 이미지로 국민들의 인기몰이를 하고, 차기 대통령 지지도에서 이재명을 추월했을 때일까?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 공격수들의 억지 의도성 함정 질문에 기발한 논리로 역공하여 한방씩 먹일 때마다 보수 지지자들을 속시원하게 해주었을 때일까?

아니면 위기에 빠진 '국민의 힘당' 비대위원장으로 스카우트되어 지지도면에서 뒤처지던 민주당을 제치고 주가를 올리던 때라고 해야 할까? 혹은 이번 총선 이후, 한동훈에게 화양연화의 시간이 찾아올까?

그러나 총선 이후를 생각해보면, 승패와 관계없이 한동훈에게 화양연화라 부를 만한 시간은 아닌 듯하다. 총선에서 이겨도 문제, 패배해도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 한동훈이 측근들에게 “총선 후 내 인생이 꼬일 것 같다”라고 말한 것을 보면, 그는 분명 지혜로운 사람이다.

일부에서는 한동훈이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유학 계획을 세웠다는 소문이 있다. 만약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속죄의 양으로 제단에 올려져 난도질 당할 것이고, 승리하더라도 이준석의 사례처럼 해코지 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총선에 승리하더라도 윤 대통령의 임기가 3년 남은 상황에서, 아버지와 자식 간에도 권력 공유는 불가능한 것이 만고의 진리이며, 현재의 권력과 미래의 권력의 공존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당장의 화양연화는 어려워 보인다.

2인자로서 대권을 쥔 자에게 고분고분 해도 그 인기를 유지하기 어렵고, 임기 말이면 대들더라도 덜 치명적이겠지만, 임기가 많이 남은 상황에서의 권력에 도발은 역린, 즉 용의 턱밑에 난 비늘을 건드리면 용이 크게 노한다는 표현처럼 2인자의 입지가 한순간에 거덜날 수 있다.

권력에 너무 가까이 가면 타죽고, 너무 멀어지면 얼어죽는다는 속설처럼, 2인자는 외줄을 타야 한다. 국내 정치사에서 ‘2인자학’의 달인 김종필이 결국 대권을 잡지 못하고, 10선을 채우지 못한 9선 국회의원으로 세상을 마감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김종필이 노태우에게 2인자학을 포인트 레슨해 준 덕분에 노태우는 대권을 잡았다.

한동훈이 인생의 후반을 화양연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절치부심(切齒腐心), 은인자중(隱忍自重), 와신상담(臥薪嘗膽)과 같은 사자성어를 모토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대권은 하늘에서 점지한다는 속설처럼, 최선을 다한 후 하늘의 명령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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