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제267대 교황 선출... 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 최초의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 즉위
시카고 출신의 선교사, 가톨릭 역사상 최초로 교황좌에 올라. 가톨릭 교회의 새 시대, 바티칸의 새 지평 열어
[SNS 타임즈- LA] 로마 가톨릭 교회의 2,000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순간이 찾아왔다. 미국 시카고 출신의 69세 로버트 프란시스 프레보스트(Robert Francis Prevost) 추기경이 5.8일(현지시간)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되며, 교황명 레오 14세(Leo XIV)를 선택했다.
최초의 미국인 교황인 그의 선출은 미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우려했던 오랜 금기를 깨는 역사적 사건이다.
이날 오후 6시 8분,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며 새 교황의 선출을 알렸고,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5만 명의 순례자와 관광객들은 환호로 답했다.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레오 14세는 감격에 찬 모습으로 첫 인사를 전했다. 그는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로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이라며 화합과 대화, 선교적 교회의 비전을 강조했다.
레오 14세라는 교황명은 사회 정의를 역설했던 레오 13세를 연상시키며, 빈곤과 이주 문제 등 글로벌 현안에 적극적으로 나설 그의 의지를 암시한다.
콘클라베, 수백 년 이어진 교황 선출 절차
교황 선출은 콘클라베로 알려진 비밀스럽고 신성한 의식으로, 수세기 동안 이어져 왔다.
2025년 4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이후, 80세 미만의 추기경 133명(70개국 출신)이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후임자를 선출했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환경에서 진행되는 콘클라베는 추기경들이 비밀 투표를 통해 교황을 뽑으며, 3분의 2 이상(최소 89표)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선출된다.
투표 결과는 굴뚝 연기로 전해지는데, 화학물질을 첨가해 실패 시 검은 연기, 성공 시 흰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번 콘클라베는 5월 7일 시작돼 이틀 만인 5월 8일, 총 4차례 투표 끝에 마무리됐다.이는 다양한 추기경들이 참여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콘클라베였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신속한 결정이었다.
선출된 교황은 “당신의 정식 선출을 수락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수락 후 교황명을 선택한다. 이후 ‘눈물의 방’에서 교황 예복을 입고, 추기경 수석부제인 도미니크 맘베르티(Dominique Mamberti) 추기경이 라틴어로 “Annuntio vobis gaudium magnum; habemus papam”(“큰 기쁨을 전합니다. 우리는 새 교황을 얻었습니다”)을 외치며 레오 14세를 세상에 소개했다.
의외의 선택, 글로벌 뿌리를 가진 인물
프레보스트 추기경의 선출은 예상 밖의 결과였다.
피에트로 파롤린(Pietro Parolin) 추기경이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Luis Antonio Tagle) 추기경 같은 유력 후보들이 주목받던 가운데, 프레보스트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이었다.
시카고에서 태어난 그는 빌라노바 대학교에서 수학 학사 학위를, 시카고에서 신학을, 로마에서 교회법을 공부했다.
아우구스티노회 소속인 그는 페루에서 수십 년간 선교사로 활동하며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치클라요 주교를 지냈고, 2015년 페루 시민권을 취득했다.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를 전 세계 주교 임명을 관장하는 바티칸 주교성 장관으로 임명했다.
그의 글로벌 경험과 온건한 입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을 부분적으로 계승하면서도 전통적 가치를 유지하려는 추기경들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바티칸 전문가 존 알렌(John Allen)은 “프레보스트는 권위주의적이지 않으면서도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소셜미디어, 자부심과 양극화된 반응
X와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는 레오 14세의 선출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이고 다양했다.
미국 가톨릭 신자들은 역사적 순간에 환호하며 “미국인 교황! USA! USA!” 같은 게시물을 공유했고,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젊은 사제들도 이 기쁨을 함께했다.
그러나 일부 사용자들은 미국인 교황의 정치적 함의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한 X 게시물은 “미국인 교황이 바티칸의 글로벌 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라고 질문했다.
콘클라베를 리얼리티 쇼에 비유한 밈도 공유되며 대중적 관심을 반영했다.
프레보스트의 개인 X 계정도 주목받았다.
2011년 개설된 그의 계정은 선출 전 800명 미만이던 팔로워가 목요일 저녁까지 23만 2,000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과거 게시물 중 미국 부통령 JD 밴스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거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회 정의 우선순위를 지지한 내용이 재조명되며 논쟁을 낳았다.
일부는 그의 진보적 입장을 환영했지만, 페루 주교 시절 젠더 이데올로기에 반대한 점을 들어 보수적 태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미국 주요 언론, 자부심과 신중한 분석
미국 언론은 레오 14세의 선출을 자부심과 신중한 분석으로 다뤘다.
AP통신은 그의 선출을 “오랜 금기를 깬 사건”이라며, 페루 시민권이 미국 영향력에 대한 추기경들의 우려를 완화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프레보스트가 환경 문제와 이주민 지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산을 계승하지만, 여성 서품에는 보수적 입장을 취한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바티칸과 트럼프 행정부 간 긴장 관계를 주목하며, 프레보스트가 2023년 X에서 밴스를 비판한 게시물(“JD 밴스는 틀렸다: 예수는 우리에게 사랑의 우선순위를 매기라고 하지 않았다”)을 인용했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레오 14세를 축하하며 “큰 영광”이라 표현하고 조속한 만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JD 밴스 부통령도 X에서 “최초의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에게 축하를 전합니다.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이라고 게시했다.
바티칸 공식 입장: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
바티칸은 바티칸뉴스를 통해 레오 14세의 평화와 화합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의 첫 인사 “평화가 너희와 함께!”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떠올리게 하며 “예수와 복음에 충실한 연합된 교회”를 이끌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바티칸뉴스는 그의 선출이 “그리스도에 대한 신뢰의 행위”라고 평가했다.
바티칸은 레오 14세의 초기 일정도 발표했다.
5월 9일(금) 시스티나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5월 11일(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레지나 첼리 기도를 주례한다.
레오 14세 앞에 놓인 과제
레오 14세는 글로벌 분쟁, 이주 위기, 교회 내 양극화라는 복잡한 상황을 물려받았다. 사회 정의에서는 진보적이지만 여성 서품 같은 교리 문제에서는 보수적인 그의 입장은 진보와 보수 진영 간 균형을 이루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양쪽 모두로부터 비판받을 위험도 있다.
성직자 성추행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Bishop Accountability 같은 단체는 그의 과거 기록이 “혼재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라는 점은 추가적인 복잡성을 더한다.
바티칸 전문가 조슈아 맥엘위(Joshua McElwee)는 “미국인 교황은 외교적으로 민감한 문제로 여겨졌다”며, 프레보스트의 라틴아메리카 연계가 이를 완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정치,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글로벌 위기 속에서 바티칸의 역할을 조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 장의 시작
성 베드로 광장에 “비바 일 파파!(Viva il Papa!)” 함성이 울려 퍼지며, 레오 14세의 선출은 미국 가톨릭 신자들에게 자부심을, 전 세계 교회에 대담한 전환점을 선사했다.
“다리를 놓는 선교적 교회”를 외친 그의 비전은 14억 가톨릭 신자를 불확실한 시대에 하나로 묶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카고 출신으로 페루를 마음에 품은 레오 14세가 글로벌 종교의 가장 중대한 역할에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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