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시대의 신인류 (4편)
AI 증강 인간, 뇌와 컴퓨터를 연결한다
[SNS 타임즈] 인간과 기계가 합체된 사이보그의 정체성에 대한 기준은 뇌가 될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신체의 일부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생체 증강이 이미 현실이 된 것처럼,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일도 조만간 실현될 수 있다.
미래에 AI증강 인간이 등장한다면, 그들은 현생 인류를 침팬지를 대하는 것처럼 한 단계 아래의 열등한 존재로 대할지 모를 일이다.
2016년 10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사이배슬론(Cybathlon)’이라고 하는 ‘사이보그 올림픽’이 최초로 열렸다. 장애인들이 로봇 보조기구를 착용하거나 이용해 기량을 겨루는 국제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눈길을 꾼 종목은 뇌로 제어하는 자동차 경주였다. 장애인들이 다양한 장비를 머리에 착용하고 뇌파를 사용해 컴퓨터 안의 아바타를 제어함으로써 자동차 경주를 하는 게임이다.
참가자가 수 많은 센서가 장착된 모자를 착용하면 이 센서가 사람의 뇌파를 읽어내게 되고, 그 생각대로 컴퓨터 속의 아바타가 움직이게 된다. 중요한 것은 눈이나 다른 근육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 금지되어 있고, 완전히 생각만으로 아바타를 움직여야 한다. 참가자의 생각만으로 회전, 슬라이드, 점프 명령을 내려 빨리 결승선에 도착하면 승리하게 된다.
▲ 2016년 10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사이배슬론(Cybathlon) 참가자 모습. 출처:
https://cybathlon.ethz.ch/en/projects-events/edition/cybathlon-2016
뇌신호 추출 방법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새로운 인류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뇌와 AI를 융합하는 기술이 상용화돼야 한다. 이런 기술은 BCI(Brain Computer Interface) 또는 BMI(Brain Machine Interface)라고 부른다. BCI는 비침습적(非侵襲的)인 방식이고, BMI는 침습적(侵襲的)인 방식이다.
인간의 뇌와 컴퓨터 사이의 융합을 위한 인터페이스 기술이 상용화되면, 신체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 타인의 도움 없이도 음식물을 먹고 화장실에 갈 수 있다.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이 생각하는 내용을 컴퓨터가 파악해 대신 작동해 주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뇌의 신호를 추출해서 해석하는 일이 중요하다.
뇌가 사물을 기억하고 작동한다고 하는 것은 시냅스가 뇌세포 사이를 연결하고, 이 연결을 통하여 전기 신호가 흐른다는 뜻이다. 두뇌 활동은 뇌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에 전기가 흐르거나 흐르지 않는 것으로 표현되므로 뇌의 활동을 시냅스 관점에서 보면 디지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뇌 신호를 추출한다는 것은 전기 신호를 측정한다는 것이다. 뇌 신호를 추출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뇌파 측정이다. 우리의 뇌 속에는 약 1000억개의 뇌세포가 있다. 뇌파를 측정하는 EEG(Electroencephalogram)장비의 센서(채널) 개수는 제한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64개 채널을 사용한다.
이 말은 1000억 개의 뇌세포 신호를 64개로 측정한다는 것이다. 센서 하나에 들어오는 신호는 수억 개의 뇌세포 신호가 섞여 있다는 뜻이다. 센서 개수를 수억 개로 늘릴 수 없기 때문에, 극복하기 어려운 근원적인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은 소프트웨어로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신호를 분리해 꼭 필요한 것만 골라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방식으로 신체가 마비된 장애인이 TV를 켜고 채널을 돌리는 일을 초보적인 수준에서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뇌파 측정 방식은 인체에 대해 비침습적(Non-invasive)이고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기는 하지만, 뇌의 여러 부위에서 발생한 신호들이 복잡하게 혼합돼 있고 두개골 때문에 왜곡이나 감쇄가 발생하므로 정확성과 안정성에서 비판을 받는다. 이 방식을 BCI라고 부른다.
둘째로는 뇌 속에 전자 칩을 심는 방식도 있다. 전신이 마비된 장애인이 머리에 칩을 심어서, 장애인이 물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뇌 속의 칩이 이 신호를 추출하여 로봇에게 전달한다. 로봇이 물컵을 잡아서 장애인의 입에 가져가고, 장애인은 물을 마신다. 이런 방식으로 장애인은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자신의 의지를 이룰 수 있게 된다.
뇌속에 전자칩을 심는 방식은 대뇌 피질에 바늘 전극을 찔러 넣어 신경세포가 만들어내는 신호를 직접 해독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침습적인 방식(Invasive)으로 뇌 신호를 해독하고 외부 기계를 제어하므로 BMI로 부른다.
BMI의 출현으로 뇌파를 비침습적으로 측정하는 BCI연구 집단과 침습적인 방식으로 측정하는 BMI연구집단간 반목이 깊어졌다.
지금 현재는 1000억 개나 되는 뇌세포들의 자세한 위치와 연결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뇌세포들의 모습을 나타내는 지도를 그려내는 연구를 커넥톰(Connectome)이라 부른다. 만약 모든 뇌세포의 위치와 연결 상태, 그리고 기능을 알게 되면, 마치 휴대폰을 수리하듯이 뇌 속의 고장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셋째로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Imaging)를 이용하는 것이다. fMRI는 뇌 속의 각 영역이 활성화되는 모습을 촬영한다. 사과를 보고 있을 때와 복숭아를 볼 때의 fMRI 사진은 서로 다르다. fMRI는 뇌 속의 산소 소비량을 측정한다. 혈관 속에서 산소를 포함하고 있는 헤모글로빈의 농도를 측정하면 뇌 속의 구조를 알 수 있다.
뉴럴링크의 침습형 BMI기술 개발 사례
테슬라·스페이스X의 CEO 일론 머스크는 2016년 ‘뉴럴 링크(Neural Link)’라는 기업을 설립해 인간의 뇌와 AI를 결합하는 ‘뉴럴 레이스(Neural Lace)’를 연구 중이다. 뇌에 칩을 심어 컴퓨터와 연동하는 이른바 ‘뇌 임플란트’ 기술이다.
일론 머스크는 미래의 인간이 AI와 경쟁하기 위해선 컴퓨터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일론 머스크는 인간 뇌에 그물망처럼 생긴 초소형 칩을 삽입해, 뇌 활동을 모니터링해 생각을 읽고 저장하며 다른 사람의 뇌로 전송하는 제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2019년 7월 뉴럴링크가 최초로 개발 중인 기술을 공개했다. 뉴럴링크가 컴퓨터 칩을 뇌에 심는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이 기술을 2020년 인간에게 직접 테스트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원숭이에도 해당 칩을 심는 실험을 마쳤으며, 칩을 이식받은 원숭이는 뇌로 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뉴럴링크 로봇은 인간 머리카락의 4분의 1 정도인 얇고 유연한 실을 뇌에 심게 된다. 일종의 전극이라고 할 수 있는 초박형 실을 뇌 깊이 심을 수 있는 '재봉틀 같은 기계'를 공개했다. 이 실은 뉴런과 거의 같은 크기이므로 뇌에 칩을 심는 침습형 BMI 기술에서 사용되던 재료보다 훨씬 얇아 뇌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다.
일부에서는 뉴럴링크의 침습형 BMI 기술이 위험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뉴럴링크는 지금까지의 테스트에서 출혈 없이 빠르게 수 천 개의 전극을 뇌에 삽입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뉴럴링크의 N1 컴퓨터 칩에는 1,024개의 실로 된 가닥들이 붙어있으며, 실에 전극이 탑재되어 있어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이 칩은 피부 아래에 삽입돼 사용자 귀 뒤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포드(Pod) 와 연결돼 스마트폰 같은 기기와 무선으로 통신할 수 있다.
뉴럴링크의 초기 목표는 뇌와 관련된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뇌나 척수 손상으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거나 감각 능력을 상실한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뉴럴링크의 장기 목표는 사람과 AI를 연결시키는 ‘디지털 슈퍼 인텔리전스 계층 (Digital Superintelligence Layer)’을 구축해 뇌가 직접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제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AI와 인간이 공생을 할 수 있는 완전한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구축할 수 있다.
침습형 BMI로 루게릭 환자의 생각을 읽어낸 성공 사례
스위스 비스 생물신경공학 센터의 요나스 짐머만 박사와 독일 튀빙겐대 닐스 비르바우머 교수 연구진은 “온몸이 마비된 루게릭 환자가 생각을 전기신호로 전달해 가족과 의사 소통하는데 성공했다”고 2022년3월2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밝혔다.
연구진은 36세의 말기 루게릭 남성 환자가 뇌 표면에 붙인 전극과 컴퓨터의 도움으로 가족들에게 굴라시 수프, 완두콩 수프를 먹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네 살 아들에게 “디즈니 영화를 같이 보겠느냐”고 하며, “내 멋진 아들을 사랑한다”고도 말했다.
연구진은 환자와 가족의 동의를 받고 남성의 뇌 운동중추에 가로세로 3.2㎜인 전극을 삽입했다. 전극에는 미세 바늘이 64개 나있어 뇌 표면에 흐르는 전기신호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이번 실험을 지원한 독일 ALS 보이스 재단은 환자에게 전극을 삽입하고 훈련을 하는 2년 동안 50만 달러가 들어갔다고 추정했다. 짐머만 박사는 전극 대신 머리에 자석으로 붙이는 장치로 뇌신호를 감지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이 방식이 개발되면 비용이 많이 들고 감염 위험이 있는 전극 삽입 수술이 필요 없게 된다.
▲ 36세의 독일인 루게릭병 환자가 뇌에 삽입한 전극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문장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호흡도 하지 못해 기계 도움을 받는 완전 마비 환자가 의사소통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처: 스위스 비스 센터)
▲ 루게릭병 환자의 뇌에 삽입한 전극, 64개의 미세 탐침이 운동중추에서 나오는 전기신호를 감지한다.(출처: 스위스 비스 센터)
미래의 AI 증강 인간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30년이면 인간과 AI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두뇌’가 실현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만일 이런 시대가 다가온다면 미래엔 많은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능력을 갖기 위해 신체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거나 컴퓨터와의 연결을 시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나는 왜 사이보그가 되었는가’의 저자 영국 레딩대 케빈 워릭 교수는 “사이보그가 되길 거부하고 순수 인간으로 남을 순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으로 진화하지 않고 침팬지로 남아있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주장한다.
성형수술은 원래 1·2차 세계대전에서 부상병들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현재는 대부분이 미용을 목적으로 성형수술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워릭 교수의 주장이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매도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현재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은 손상된 기능을 복원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장애인이 팔과 다리 근육을 생각만으로 움직이고 인공 칩을 심어 기억을 잃은 환자의 기억을 되살리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호모데우스’의 저자인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 유발 하라리교수는 “미래에는 단순히 신체적 장애 때문이 아니라, 좀 더 월등한 능력을 갖고 싶어 몸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는 포스트휴먼이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뇌에 데이터를 입력하는 세상이 온다면 힘들게 공부를 해서 지식을 충전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고, 영어나 수학, 코딩을 배우고 싶다면 학원이 아닌 마트에 가서 전문가의 지식이 들어간 지식데이터를 구입하면 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에선 매트릭스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간 뇌세포에 각종 데이터를 입출력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네오는 무술 대련에 앞서 각종 무예 데이터를 그의 두뇌에 입력한다. 데이터를 주입 받은 그는 이소룡 못지 않은 쿵푸 실력을 자랑한다. 여주인공 트리니티는 원격으로 헬기 조종술을 업로드해 실제 세계에서 프로 헬기 조종사가 된다.
신체의 일부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이 이미 현실인 것처럼,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일이 조만간 실현돼 미래에 AI증강 인간이 등장한다면, 그들은 현생 인류를 침팬지를 대하는 것처럼 한 단계 아래의 열등한 존재로 대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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