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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설계자, 마지막 인사 속에 남긴 뼈있는 당부
제4대 최민호 세종시장이 30일 언론사와의 이임 기자 간담회 후 직원들로 부터 받은 꽃다발을 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SNS 타임즈

세종의 설계자, 마지막 인사 속에 남긴 뼈있는 당부

민선 4기 최민호 시장, 4년을 마무리하며 선거 신뢰·법치·교육 이념 편향에 대한 소회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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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대호 기자

[SNS 타임즈] 대한민국 행정수도 세종을 4년간 이끌어온 최민호 시장이 30일, 시민과 출입기자들 앞에서 4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는 작별 인사를 전했다. 기자들과는 지난 4년을 함께한 데 대한 감사와 소회를 담담히 주고받았고, 후임 시장에 대한 덕담과 시민들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관련 현장 live 방송: https://www.thesnstime.com/mujogeon-raibeu-coeminho-sejongsijang-gobyeol-gijahoegyeon-6-30il/)

그러나 최 시장의 퇴장은 통상적인 이임식의 의례적 인사로 끝나지 않았다. 준비된 고별사에서는 결이 조금 달라졌다. 지난 4년간 정치 행정가로서 자신이 경험한 선거관리 시스템과 사법과 행정의 권력 균형, 교육 현장의 이념적 편향에 대한 문제를 차분히, 그러나 분명한 어조로 풀어냈다.

최 시장은 지난 6월 3일 치러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재선에 도전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조상호 후보에게 패해 4년 만에 시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날 기자회견은 그가 4년의 재임을 마무리하며 가진 공식적인 고별 무대였다.

질의응답에서 최 시장은 지난 4년을 돌아보며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갈등이 첨예했던 지역 현안들인 연서면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전동면 친환경종합센터 건립 등 이른바 '님비'성 갈등 사업들을 주민들과의 마찰 없이 풀어낸 것을 꼽았다.

또한 매주 월요일 공직자들에게 친필로 써 보냈다는 '월요 메시지'를 임기 마지막까지 거르지 않고 이어온 것을 잊지 못할 추억으로 회고했다.

가장 아쉬운 점으로는 예산과 정치적 한계에 부딪혀 추진하지 못한 사업들을 들며, 특히 여성 관련 현안으로 6일간 단식을 했던 일, 해양수산부 세종 이전 문제로 정부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일, 그리고 세종시 재정난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교부세 문제를 공론화한 일을 직접 언급하며 그 마무리를 짓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을 토로했다.

다만 최 시장은 미완의 과제들이 후임인 조상호 시장 당선인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중앙정부 여당과 같은 정치 지형에 서게 된 만큼 오히려 재정·정책적 지원을 받기 유리해질 수 있다는 기대도 함께 내비쳤다.

차기 시정을 이끌 조상호 당선인에 대한 당부를 묻는 질문에는 별도의 구체적 조언보다 "여건상 최선을 다했지만 어찌할 수 없는 면이 있었다"며 후임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모양새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조 당선인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세종시 정무라인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로, 이춘희 전 시장의 비서실장과 정무부시장을 지냈으며 올해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그는 4월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자신이 오랜 기간 보좌했던 이춘희 전 시장을 꺾고 본선 후보로 선출되는 이변을 연출했고, 본선에서는 최 시장을 누르고 첫 공직선거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같은 날 치러진 세종시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지역구 18석 중 16석을 가져가며 압승해, 향후 4년간 세종시는 시장과 의회를 모두 민주당이 장악하는 구도로 재편됐다.

준비된 고별사에서 최 시장의 어조는 한층 무거워졌다.

그는 세종시를 "수도권 집중이라는 대한민국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국가 프로젝트"로 규정하며, 자신의 4년이 "한 사람의 정치 여정이라기보다 대한민국이 당면한 도전의 여정"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행정수도 완성, 한글문화수도, 정원도시, 그리고 최근 구상한 AI혁신경제도시 비전까지 거론하며 이를 "아직 가지 않은 길"이지만 "미래 세대의 고속도로"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 /SNS 타임즈

그러나 이날 메시지의 핵심은 국가 운영 전반에 대한 다섯 가지 제언으로 옮겨갔다.

최민호 시장은 먼저 국가 정체성 확립을 주문하며, 헌법이 명시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가 어떤 정권에서도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선거관리 제도의 근본적 점검을 요구하며 6·3 지방선거 관리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유권자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발언은 그가 단순한 수사로 던진 말이 아니다. 그는 낙선 직후인 6월 18일 세종시청에서 별도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무효 소청을 정식으로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최 시장은 조치원읍과 도담동, 소담동 등 세종 시내 일부 투표소의 개표상황표 상단에 적힌 '투표지분류 개시시각'이 실제 선거일인 6월 3일이 아닌 5월 12일로 인쇄돼 있었다는 사진 자료를 공개하며, 선관위에 전산기록과 개표관리시스템 로그, 투표지분류기 운영기록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 해명을 요구했다.

그는 당시 "세종시민의 선택은 존중한다"면서도 선거에 대한 신뢰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 대한 의문을 투명하게 해소하는 데서 완성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 고별사에서 그가 다시 한번 이 사안을 거론한 것은, 그가 패배를 승복하면서도 선거 행정 시스템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를 결코 거두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법치주의 회복을 두 번째 제언으로 내세운 대목 역시 예사롭지 않다.

그는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저울이어야 한다"며 입법·사법·행정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한 뒤, "어느 정권도, 어느 정치세력도, 어느 권력자도 법 위에 존재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대통령이라 하여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문장은 이 회견에서 가장 직설적인 정치적 발언으로 꼽힌다.

현직 야당(국민의힘)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임기를 마치는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체제를 겨냥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는 그가 회견 전반부에서 후임 시장과 현 정부에 대해 비교적 절제되고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는 결이 다른, 정치인으로서의 메시지로 읽힌다.

교육 정책에 대한 발언에서도 비슷한 긴장이 묻어난다.

최 시장은 한국 교육이 입시 경쟁을 넘어 자유민주 시민의식과 공동체적 책임의식을 길러야 한다고 주문하며, "특정 이념에 치우친 교육은 미래세대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훼손할 뿐"이라고 못박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나 사례를 지목한 것은 아니지만, 이 발언 역시 최근 한국 사회에서 진영 간 첨예한 갈등 지점으로 부상한 교육 현장의 이념 논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철학과 지방분권에 대한 제언은 상대적으로 원론적인 톤을 유지했다. 그는 기업이 투자하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나라, 노동과 자본이 상생하는 사회를 주문했고, 수도권 집중 완화와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국회와 대통령실의 완전 이전, 중앙부처 집적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그가 4년 내내 일관되게 견지해온 핵심 정책 기조이자, 세종시장이라는 직책의 존립 근거와 직결되는 주장이기도 하다.

연설 곳곳에서는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깊은 우려도 묻어났다.

최 시장은 거리와 광장에서 참정권 보장을 외치는 국민들, 진영 대립에 갇힌 정치권, 이념 갈등의 심화, 격변하는 국제질서 속 외교·안보 불안, 저성장과 고환율에 신음하는 소상공인과 기업들을 차례로 언급하며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신뢰의 축이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민호 시장은 특히 "선거를 신뢰하지 못하는 사회는 민주주의의 뿌리가 흔들리는 나무와 같다"는 비유를 통해, 다시 한번 선거 신뢰 문제로 메시지의 방점을 돌려놓았다.

다만 이날 발언들을 단순히 패배한 야당 정치인의 불만으로만 읽어내기는 어렵다.

최 시장은 회견 내내 조상호 당선인의 성공과 세종시의 발전을 기원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고, "진영을 넘어 세종시의 발전을 위해 지혜를 모아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통합의 메시지도 함께 던졌다.

선거관리에 대한 의혹 제기나 법치주의에 대한 발언도 특정인이나 특정 사건을 명시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은 채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면서도 할 말은 하고 떠나겠다는 절제된 계산이 읽힌다.

세종시는 2012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출범한 이래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를 안고 성장해 온 특수한 도시다.

최 시장은 이 도시를 "민족 최고 성군 세종대왕의 이름 아래 온 시민이 염원을 모아 상전벽해의 기적을 일군" 도시로 표현하며, 그 주인은 시민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제 시정 4기의 막을 내리며 관직의 무거운 옷을 벗는다"면서도, "나라를 걱정하고 세종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내려놓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지역 정가에서는 이미 그의 총선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그의 정치적 행보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결국 이날 회견은 한 지방자치단체장의 평범한 퇴임 인사가 아니라, 선거 제도의 신뢰성과 권력에 대한 견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한국 민주주의의 근본 질문들을 정면으로 제기한 자리였다

.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은 이제 새로 출범하는 조상호 시정 5기와, 더 넓게는 대한민국 정치권 전체의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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