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의 시선]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발표' ... 남은 세 가지 빈칸 : 법·돈, 그리고 '무엇을'
44곳은 확정이 아니라 목표
[SNS 타임즈] 정부가 수도권 중앙행정기관 44곳, 9929명의 세종 이전 계획을 내놨다. 세종으로서는 환영할 일이고, 방향 자체를 가볍게 보지 않는다. 다만 반기는 일과 따져 보는 일은 별개다. 발표 하루의 장밋빛 뒤에서 확인할 일이 적지 않다.
첫째, 법이다.
외교부·통일부·국방부·법무부·성평등가족부 5개 부처, 3,213명은 현행 행복도시법상 이전 제외기관이다. 전체 인원의 약 3분의 1이 국회가 법을 고쳐야 움직인다.
정부는 "국회와 논의하겠다"고만 했을 뿐 개정 일정을 내놓지 않았다. 지금 시점에서 '44곳'은 확정이라기보다 목표에 가깝다.
둘째, 특별법이다.
이날 세종시장 회견에서 지역 기자 두 명이 같은 질문을 했다. 정부의 행정수도특별법 연내 제정 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세종시당이 논평에서 던진 질문과 다르지 않다.
조상호 시장은 정부 의지를 의심할 이유가 없고 남은 몫은 국회에 있다고 답했다. 회견 말미에는 오늘 같은 날 불필요하게 의심하거나 염려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의 당부도 했다.
그러나 의문 제기는 언론의 직무다. 더구나 정부 보도자료와 브리핑문에는 '특별법'이라는 단어가 없다.
특별법을 촉구한 쪽은 정부가 아니라 세종시장이다. 시장은 특별법이 제정돼도 행복도시법 개정은 별도로 처리해야 하며 선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당장 이전의 문을 여는 열쇠는 행복도시법 개정이다.
그런데 국회에 올라 있는 특별법안 5건도 세종시의 행정수도 지위를 명시하고 국회·대통령 집무실을 두는 것과 함께, 수도권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의 근거를 담고 있다. 이전의 법적 근거가 두 법에 걸쳐 있는 셈이다.
정부는 행복도시법 개정으로 이전을 먼저 풀고 특별법은 따로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특별법으로 함께 해결할 것인가.
특별법에는 2004년 위헌 결정의 부담을 안은 '행정수도 지위 명문화'라는 가장 무거운 숙제가 담겨 있다. 이 숙제는 뒤로 밀린 채 이전부터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국민의힘의 질문은 정치 공세로만 치부할 수 없고 이제 정부와 여당이 답할 차례다.
셋째, 돈이다.
시장은 세종시 재정이 모자라 삭감 중이라는 지적에 중앙정부의 누적된 책임을 거론했고, 이전기관 지원은 "아쉽다"며 소급 지원을 말했다.
조상호 시장은 발표문에서 교통·의료·교육·문화 기반이 부족하면 정착도 도시의 성장도 어렵다고 스스로 적었다. 맞이하는 쪽의 준비는 속도가 붙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원 합의는 공개되지 않았다.
청사 건립비 약 3조 1천억 원 역시 정부가 "조정될 수 있다"고 단서를 단 추산이다.
셋째, 돈이다. 재정이 모자라 예산을 계속 삭감하는 상황이라는 기자의 지적에, 시장은 중앙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누적된 결과라고 답했다.
이전기관 직원들을 위해 시가 당장 내놓을 수 있는 재정 지원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시인했다. 대신 먼저 옮겨 오는 기관에는 나중에 소급해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조 시장은 이날 발표에서 교통·의료·교육·문화 기반이 부족하면 정착도 도시의 성장도 어렵다고 스스로 밝혔다. 맞이하는 쪽의 준비는 속도가 붙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원 합의는 공개되지 않았다. 청사 건립비 약 3조 1천억 원 역시 정부가 "조정될 수 있다"고 단서를 단 추산이다.
넷째, '무엇을'이다.
조 시장은 지금까지 옮겨오는 얘기만 했다며, 이제 행정수도가 국가에 어떤 기여를 할지 논의할 단계라고 재차 강조했다.
균형도 짚어야 한다. 국민의힘이 책임을 묻는 것은 타당하지만, 법 개정은 결국 여야가 함께 처리해야 한다.
구체적 협의안을 내놓는 것이 여당의 몫이라면, 정기국회 안에서 길을 여는 것은 야당의 몫이기도 하다. 책임 공방만으로는 법 한 줄도 바뀌지 않는다.
또 이전 당사자인 공무원과 노조, 기관이 떠나는 서울·과천·인천·수원, 그리고 세종 주민의 목소리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언론의 취재 몫이다.
선언은 쉽고 이행은 어렵다. 세종은 이미 43개 기관을 옮겨 본 도시다.
이번에는 선언 뒤에 법과 예산, 부지와 사람이 실제로 남는지 끝까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