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의 시선] 대전시의회 첫 정례회 도마위에 오른 '이장우식 재정운영 성적표'
같은 당, 같은 잣대의 시의원과 시장... 날선 비판에 대한 긍정. 기획과 조언, 시 공무원은 책임 없나?
[SNS 타임즈] 대전시의회가 9.1일 민선 8기 이장우 시정의 재정운용을 정면으로 겨눴다.
1일 열린 대전시의회 제299회 제1차 정례회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김영미 의원(서구2, 더불어민주당)은 민선 8기 이장우 시정 4년간 불어난 빚과 쪼그라든 기금, 부풀려진 투자사업 목록을 조목조목 짚었다.
허태정 시장은 "지금의 재정 위기는 단기 처방으로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위기 진단에 동의했다.
시장이 바뀌고 시의회 다수 구도까지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넘어간 뒤 처음 열린 정례회에서, 전임 시정의 재정 운용 방식에 대한 책임론이 공식 의사일정 위로 올라온 셈이다.
다만 이날 질의응답의 구도는 그 자체로 읽어둘 필요가 있다. 질문에 나선 김영미 의원과 답변한 허태정 시장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고, 비판의 대상인 이장우 전 시장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허 시장과 맞붙었던 국민의힘 소속 정치적 경쟁자다.
즉 이날 문답은 여야 간 공방이 아니라, 같은 당 소속 의원과 시장이 전임 상대 당 시정의 재정 실책을 확인하는 구도였다.
허 시장이 김 의원의 지적에 정면으로 반박하기보다 대체로 인정하는 태도를 보인 데는 이런 정치적 배경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이 제시한 수치는 간단하지 않다.
대전시 총세입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6.4% 늘었지만, 자체 수입보다 정부 이전 재원 의존도가 커졌고 지방소비세·지방소득세·취득세처럼 경기에 민감한 세목 비중도 높아졌다.
반대로 세출은 연평균 7.7%씩 늘어 세입 증가 속도를 앞질렀다. 법정 의무지출과 경상이전 지출 비중이 10년 새 20%포인트 이상 늘어난 반면 자본지출 비중은 15%포인트가량 줄었다는 게 김 의원의 분석이다.
2030년까지 법정 의무지출은 매년 1.9%씩 늘어나는데, 정책적으로 쓸 수 있는 재량지출 증가율은 0.2%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쓸 돈은 정해져 있는데 써야 할 곳은 계속 늘어나는 구조라는 얘기다.
채무 문제는 이날 질의의 핵심이었다.
2026년 6월 기준 대전시의 미상환 채무는 원리금 합산 약 1조9000억 원. 민선 7기 말 1조 원이던 채무 잔액은 4년 만에 원금 기준으로 6000억 원이 불었다. 채무 증가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게 김 의원의 전제였지만, 관리 방식은 다른 문제라고 못박았다.
특히 2024년 지방채 발행 대상 32개 사업, 2025년 29개 사업 모두 애초 계획은 '다년간 균등상환'이었는데, 실제로는 2024년 8개, 2025년 25개 사업이 '일시상환' 조건으로 변경 발행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2026년부터 2029년 사이에만 약 1조1221억 원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단기 일시상환 지방채를 늘린 것은 "무책임하고 무계획적인 행정"이라는 게 김 의원의 평가다.
지역혁신 협력사업처럼 4년짜리 사업에 8~10년 만기 지방채를 끌어다 쓴 사례를 들며 세대 간 비용 부담 형평성 원칙도 어겼다고 지적했다.
기금 운용에 대한 지적도 날카로웠다.
19개 기금 중 7개가 2022년 대비 조성액이 55% 이상 줄었고, 중소기업육성기금·체육진흥기금·청소년육성기금·지역균형발전기금은 감소 폭이 80%를 넘었다.
지역균형발전기금은 옛 정부대전청사 매입에 150억 원을 쓰면서 잔고가 50억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체육진흥기금은 일반회계로 지원하던 사업을 2024년 한 해 기금으로 돌려썼다가 사실상 고갈 직전까지 갔다는 것이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재정안정화계정 적립금은 2022년 377억 원에서 2024년 135억 원까지 줄었다가 2025년 말 약 300억 원으로 겨우 회복됐다.
김 의원은 이 계정의 연간 사용 한도를 전년도 말 적립금의 97%까지 허용하는 현행 조례가 다른 도시보다 지나치게 느슨하다며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규모 투자사업 관리 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2025년 3월 기준 공약사업으로 관리되던 사업만 87개, 총사업비 약 22조 원, 이 중 시비 부담이 3조6000억 원에 달했다.
지난 7월 발표된 민선 9기 재정혁신 방안에 따라 100억 원 이상 투자사업 71개 가운데 시기조정 29건, 규모조정 5건, 장기재검토 29건, 일몰 8건으로 분류됐지만, 어떤 사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정되는지 아직 시민에게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같은 재정계획 안에서도 연도별 재량지출 전망치가 수립 시점마다 2조7000억~3조6000억 원까지 들쭉날쭉했던 점을 근거로, 중기지방재정계획과 투자심사·지방채 발행계획·기금운용계획 등 개별 재정관리 제도들이 유기적으로 연동되지 않았다고 진단하며 상시적인 재정투자 총량 관리체계 마련과 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회 기능 강화를 제안했다.
허태정 시장은 이날 답변에서 정면 돌파보다는 현실 인정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
다만 이는 자신이 아닌 정치적 경쟁 진영의 과거 시정을 겨냥한 질의였던 만큼, 인정하는 데 따르는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허 시장느 지난 7월 재정혁신 방안에 따라 2026년 사업비 5000억 원을 조정하고 공무원 국외여비 삭감 등으로 59억 원의 내부 절감을 이뤘다고 밝혔다.
2024·2025년 지방채가 일시상환으로 바뀐 이유에 대해서는 "정부 자금채 발행을 신청했지만 전국적인 초과 수요로 지자체별 배정이 축소돼 민간 자금 조달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하면서도 "정부 정책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대책이 부족했던 지점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기금과 관련해서는 체육진흥기금·양성평등기금·청소년육성기금 등 5개 기금에서 일반회계 사업을 기금 재원으로 돌려 쓴 사례가 있었다며, 규모가 급감한 기금들의 적정 조성 규모를 검토해 단계적 복원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재정안정화계정 사용 한도 하향 조정과 지방채 관리 기준 마련, 재정투자 총량 관리체계 구축, 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회 역할 강화 요구에는 모두 "적극 검토하겠다"는 원칙적 답변을 내놨다.
허 시장은 답변 말미에 "전체적으로 지방세수가 감소했는데도 지출 규모를 조정하지 않고 계속 유지·증가시킨 것이 재정 구조 악화의 근본 원인"이라며 "지금의 위기는 단기적 처방으로 극복될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문제 제기와 허 시장의 답변은 대전시가 공개한 채무·기금 통계와 대체로 부합한다.
실제 대전시 지방채 잔액은 2021년 말 8476억 원에서 허태정 시장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 말 1조43억 원으로 늘었고, 이후 2023년 1조2083억 원, 2024년 1조3974억 원, 2025년 1조6096억 원까지 증가했다.
허태정 시장직 인수위원회도 지난 6월 업무보고에서 "3년 만에 채무가 58% 급증했다"며 사실상 파산 위기라는 진단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 진단을 내린 인수위원회 역시 허 시장 측 인사들로 구성됐고, 이날 시정질문의 질문자와 답변자 또한 같은 당 소속이라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통계 자체의 신빙성과는 별개로, 전임 시정의 책임을 부각하는 것이 현 시정에도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유인이 존재하는 구도인 만큼 수치의 해석과 강조점에는 그런 이해관계가 반영돼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이 통계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진영에 따라 갈린다.
이장우 전 시장 측은 지난 6·3 지방선거 TV토론에서 "민선 8기 지방채 상당 부분은 트램과 야구 돔구장(베이스볼드림파크) 등 계속사업 비용"이라며 재정 악화의 책임을 특정 시기의 방만 경영으로만 돌리기 어렵다고 반박한 바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처럼 이미 착공해 되돌리기 어려운 대형 SOC 사업은 속성상 초기 몇 년에 지방채 발행이 집중될 수밖에 없고, 그 자체를 무계획적 재정 운용의 증거로만 보기는 무리라는 논리다.
이 반론이 얼마나 타당한지는 사업별 지방채 발행 내역에 대한 별도 검증이 필요한 부분으로, 이날 시정질문만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문제는 균등상환 계획이 일시상환으로 바뀐 대목이다.
허 시장의 설명대로 정부 자금채 배정이 전국적으로 축소돼 민간 자금 조달로 돌아선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지자체 개별 판단만의 문제라기보다 국가 재정 제도 운용의 영향을 받은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일시상환이라는 조건 변경이 향후 상환 부담에 미치는 영향을 사업별로 충분히 재검토했는지, 그 결과가 시의회에 어떤 형태로 보고됐는지는 이날 답변만으로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사업의 편익 발생 기간과 지방채 상환 기간을 연계하는 관리 기준이 애초에 없었다는 점 역시, 시장이 누구였든 대전시의 재정 관리 체계 자체에 구조적 허점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기금을 일반회계 재원 부족분을 메우는 임시 수단으로 쓴 사례들도 마찬가지다.
특정 목적을 위해 장기간 조성한 기금을 단년도 예산 압박을 넘기는 데 동원하는 관행은, 재정 상황이 어려운 지자체라면 정파를 불문하고 반복되기 쉬운 유혹이라는 점에서 이장우 시정만의 일탈로 단정하기보다 제도적 견제 장치의 부재로 읽는 편이 더 타당할 수 있다.
결국 이날 시정질문에서 확인된 것은 두 갈래다.
하나는 대형 SOC·문화시설 사업을 감당할 재원 계획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온 관행이 세수 둔화와 맞물리며 위기를 앞당겼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그 위기를 걸러낼 상시적 관리 체계, 즉 지방채 상환 방식 변경에 대한 의회 보고 절차, 기금 전용에 대한 규율, 중기재정계획과 투자심사 간의 연동 등이 애초에 허술했다는 사실이다.
전자는 특정 시정의 선택 문제이고, 후자는 시스템의 문제다. 다만 이날 문답이 같은 당 소속 의원과 시장 사이에서 전임 상대 진영 시정을 겨냥해 이뤄졌다는 구도상, 향후 이장우 전 시장 측 반론과 사업별 지방채 발행 내역에 대한 교차 확인이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허태정 시장이 이날 여러 요구에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으로 그친 만큼, 실제 조례 개정과 관리체계 구축이 언제 구체적인 안으로 시의회에 제출되는지가 앞으로 민선 9기 재정 정책의 진정성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Copyright, SNS 타임즈 www.sns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