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의 시선] 본질은 사라지고 정쟁만남았다!... 대전광역시 국정감사 현장의 민낯
지자체 국감은 실종, 여야의 정치 공방만 난무한 '소모적 국감'
[SNS 타임즈] 24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전광역시 국정감사 현장은 한국 정치의 민낯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국정감사라는 이름으로 3시간 넘게 진행된 이 자리는, 광역시의 행정 업무를 점검하고 시민을 위한 건설적 대안을 모색하는 본연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12·3 계엄 대응,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정치적 중립성 논란 등 정치 공방에 질의 시간의 대부분이 소진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3 계엄, 국감의 블랙홀
가장 뜨거운 쟁점은 역시 12·3 비상계엄과 당일 이장우 대전시장의 대응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시장이 계엄 당일 청사에 출근하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정춘생 의원은 "대전시장으로서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최고 수장이 11시간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며 책임 방기를 지적했고, 이해식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이 비상 상황에 청사에 없었던 두 명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장우 시장은 "특별한 특이사항이 없었고, 계엄에 동의하지 않는 일에 직접 나서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부시장과 간부들로부터 세 차례 보고를 받으며 상황을 체크했다"고 해명했다.
이 시장은 87년 민주화운동 학생회장 출신임을 강조하며 "계엄을 동의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이 논쟁이 시장의 실제 대응 능력이나 비상 매뉴얼의 실효성을 점검하는 방향이 아니라, 정치적 입장 검증으로 흘렀다는 점이다.
야당은 시장의 탄핵 반대 집회 참석, SNS 게시물, 국민의힘 충청권 시도지사 결의문 등을 나열하며 "내란 옹호" 프레임을 씌우려 했고, 여당은 이를 "과도한 정치 공세"라고 맞받아쳤다.
영시(0시) 축제, 예산 논란의 중심에
두 번째 핵심 쟁점은 대전 0시 축제의 재원 구조였다.
한병도 의원은 "3년간 총 160억 원이 투입됐으며, 시비 124억 원 외에도 시금고·공기업·민간 기부금이 뒤섞인 회색 재정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공동주관 단체인 대전사랑시민협의회가 조례로 설치된 대전사랑운동센터와 실질적으로 동일 조직이며, 기부금이 2022년 0원에서 2023년 8억 9천만 원, 2024년 6억 5천만 원으로 급증한 점을 문제 삼았다.
더 큰 논란은 복지사업 비중이 2022년 60%에서 2024년 4%로 급락하고, 그 자리를 축제 관련 지출이 92%로 메웠다는 점이다. 한 의원은 "기부심사위원회 심의도 없이, 시금고와 공기업 등 시와 직무 관계에 있는 기관들로부터 '행정형 기부'를 받은 것 아니냐"며 기부금품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이장우 시장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것"이라며, "시가 강요할 일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이는 210만 명 방문객, 4천억 원 경제효과라는 시의 주장과 달리 객관적 검증이 부족하다는 김성회 의원의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국가정보관리원 화재, 민생 현안은 뒷전
고동진 의원이 제기한 국가정보관리원 화재 사건은 상대적으로 짧게 다뤄졌지만, 오히려 국감의 본질에 가까운 질의였다. 하도급 금지 규정 위반, 전기공사업법 준수 여부, 대전시의 관리·감독 책임 등은 시민 안전과 직결된 현안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장우 시장의 현장 미방문과 행안부 책임 주체 언급이 쟁점이 되며 정치 공방으로 변질됐다.
그 외 하천 준설, 국가산단 예타 이슈, 농수산물 시장 하역비 분쟁, 주민참여예산 축소 등 지역 현안들도 언급되었지만, 대부분 표면적 질의에 그쳤고 심도 있는 정책 대안은 제시되지 못했다.
정쟁의 도구로 전락한 국정감사
이날 국감을 관통한 본질은 명확하다. 여야 모두 상대 당을 공격하는 데에만 몰두했고, 대전 시민의 삶과 광역시 행정의 실질적 개선은 관심 밖이었다. 국민의힘은 "계엄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시장의 말을 받아들이며 방어에 나섰고,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옹호자"라는 정치적 낙인찍기에 열을 올렸다.
문제는 이런 소모적 정쟁이 국민, 시민, 언론 사이에서 '국감무용론'과 '예산 낭비', '시간 낭비'라는 비판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날 국감장에서는 위원장이 여러 차례 의사진행 발언을 제지하며 "상대 의원의 질의 내용에 대한 반박은 본인 시간에 해달라"고 중재해야 할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국감,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국정감사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을 위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입법부의 핵심 권한이다. 특히 행정안전위원회의 지자체 대상 국감은 지역 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점검하는 중요한 기회다. 하지만 이날 대전시 국감은 그 본질과는 거리가 멀었다.
반대 당은 부정적인 면만 부각하고 흠을 들추어내는 데 집중했고, 같은 당은 감싸고 긍정적인 부분만 내세우는 방어 일변도였다. 건설적 비판도, 균형 잡힌 평가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단 하나의 사안을 두고도 여야는 정반대로 해석했다.
이런 국정감사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국민과 시민들이 국감무용론을 제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공세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최소한 지역 현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대안 제시는 병행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대전시 국정감사는 한국 정치의 축소판이었다. 정쟁은 있되 정책은 없고, 비판은 있되 대안은 없었다. 이제라도 여야는 국정감사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첫째, 정치적 공방은 최소화하고 지역 현안과 행정 실무에 집중해야 한다.
둘째, 일방적 비판이나 옹호를 넘어 건설적 견제와 협력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셋째, 국감 이후 후속 조치와 정책 개선이 실제로 이루어지는지 점검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국정감사가 정쟁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제도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것이 납세자인 시민들이 국회에 바라는 최소한의 기대이자,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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