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대신 ‘숨 쉬는 땅’으로… 행복도시, 물순환도시의 새 이정표를 세우다
빗물 가두지 않고 흐르게 하는 ‘저영향개발(LID)’ 기법으로 홍수 예방과 수질개선, 열섬효과 완화… ‘도시’라는 인공 삶터의 체질을 바꾸다
[SNS 타임즈] 행복청 "행복도시 물순환 모델, 기후 위기 시대 도시개발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
여름만 되면 도시는 몸살을 앓는다. 회색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현대의 ‘방수 도시’에서 빗물은 오염물질과 함께 표면을 겉돌다 하천으로 쏟아지고, 이는 다시 홍수와 수질오염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비가 그친다 해도 금세 마른 땅은 밤낮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거대한 프라이팬이 될 뿐이다.
하지만 폭우가 쏟아지는 장마철에도 발목까지 차오르는 물웅덩이를 찾아보기 힘든 곳이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 5․6생활권과 대통령집무실, 국회가 들어설 S-1생활권 일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곳에서 내리는 비는 지면에 고이는 일 없이 그대로 지하에 스며들고, 땅은 이 물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말하자면 땅이 스스로 숨을 쉬는 것이다.
◈ 땅의 기억을 되살리는 마법, 저영향개발(LID, Low Impact Development)
이러한 풍경이 가능했던 데에는 행복도시 건설을 맡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청장 강주엽, 이하 행복청)이 도시를 설계할 때부터 도입한 ‘저영향개발(LID)’ 기법의 공이 컸다. 개발을 하더라도 원래 땅이 가지고 있던 빗물 침투와 저류 능력을 최대한 회복시키는 것이 목표다. 기존의 도시개발이 빗물을 빠르게 배수구로 몰아내는 ‘차단’에 무게중심을 두었다면, 행복청은 땅이 빗물을 머금고 서서히 흘려보내는 ‘순환’에 더 집중한다. 이 과정 중 탄생한 것이 ‘목표강우량 25㎜’와 ‘1,000㎡ 이상 사전협의제’다.
‘목표강우량 25㎜’란 비가 내리기 시작해 그치기까지 총 누적 강우량이 25㎜ 이하일 때, 빗물을 하수도로 흘려보내지 않고 땅속으로 침투시키거나 저장하겠다는 약속이다. 지하수를 풍부하게 채움으로써 홍수를 예방하고, 뜨거워진 도시를 자연히 식히는 효과가 있다.
한편, 2021년 7월부터 시행된 ‘저영향개발 사전협의제도’는 강력한 실천력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다. 대지 면적 1,000㎡ 이상의 모든 건설 사업은 설계에서부터 의무적으로 행복청과 물순환 계획을 협의하여야 한다. 특히 5만㎡ 이상의 대형 사업은 외부 전문가 자문회의의 검토를 거쳐야만 착공할 수 있다.
행복도시 땅 아래 숨겨진 ‘천연 에어컨’과 ‘정수기’
저영향개발에 활용되는 기술들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관련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생활권 외에도 행복도시 곳곳에는 건물 용도나 장소 여건에 따라 맞춤형 기술들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구멍 숭숭 <투수성 포장>이다. 보행로 아래 자갈층을 두거나 투수블록을 사용하여 빗물이 고이지 않고 즉시 스며들게 한다. 물웅덩이 없는 쾌적한 보행환경의 일등 공신이다.
둘째, 빗물을 담는 정원 <식생체류지>가 있다. 대규모 단지나 공원에 조성된 오목한 정원으로, 주변보다 낮게 설계되어 비가 오면 잠시 물을 머금고 토양에 천천히 스며들게 한다. 식물의 뿌리가 물을 정화하고, 건조한 날에는 수분을 내뿜어 열기를 식히는 효과가 있다.
셋째, 도로변을 따라 조성된 풀숲 물길인 <식생수로>다. 빗물이 흐르는 속도를 늦춰 하천의 범람을 막고,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천연 필터 역할을 한다.
넷째, <나무여과상자>는 가로수 밑에 설치된 작은 정화 공장이다. 빗물 속 오염물질을 일차적으로 여과해 깨끗한 물만 하천으로 보내는 ‘자연 정수기’가 된다.
마지막으로 <침투도랑>은 빗물을 하수구로 버리는 대신 자갈과 파이프를 통해 땅속 깊숙이까지 전달하는 ‘지하 물길’이다. 빗물이 한 번에 몰려 도시가 침수되는 것을 방지하고, 비가 오지 않을 때도 땅속에 머금은 수분을 유지해 도시의 갈증을 해소한다.
이 밖에도 행복청은 옥상녹화, 식물재배화분, 빗물저금통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여 물순환을 개선하고 도시화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데이터로 증명된 성과, “연간 빗물침투량 164% 증가”의 기적
‘정말 효과가 있나?’라는 의문에 행복청은 수치로 답한다. 해밀동 등 6생활권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 시뮬레이션 결과, 빗물이 나무여과상자와 같은 개별 시설을 한 번 통과했을 때 오염물질의 최대 80%까지 걸러내는 효과가 있었다. 또, 이러한 저영향개발 기법 기술요소가 한데 모이면 도시 전체에서 배출되는 비점오염물질(자동차 배기가스, 타이어 분진, 미세먼지 등) 총량을 18.7%에서 22.9%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저영향개발 기법 적용 후 불투수면은 약 20% 감소했고, 연간 빗물침투량은 무려 164.1%나 증가했다. 일반적인 도시개발이 자연상태의 땅의 흡수력을 1/3로 줄인다면, 행복도시는 이를 다시 1.6배 이상 회복시킨 것이다.
강주엽 행복청장은 “행복도시의 물순환 모델은 기후 위기 시대 도시개발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라며, “빗물을 쓰레기가 아닌 소중한 자원으로 관리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대한민국, 나아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의 표준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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