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만기친람(萬機親覽)하는 대통령과 국정 기조의 전환
대통령은 왜 장바구니와 탱크잔을 챙기는가... 만기친람식 국정 운영의 한계와 거시 전환의 과제
'만기친람'은 임금이 국정의 모든 중요한 정무(萬機)를 직접 살피고 처리(親覽)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다.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은 주부들의 장바구니 물가를 직접 챙기고, 청년들의 탈모 치료비 대책을 고민하며, 서민들의 전세와 집값 문제를 살피는 등 이른바 '마이크로(Micro)한 국정 운영'을 선보여 왔다. 이러한 민생 밀착형 행보는 취임 초 대중적 지지도를 견인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지난 6.3 지방선거 직전 보여준 일련의 사건들은 이러한 만기친람식 국정 운영의 정점을 보여준다. 스타벅스의 '탁 놓는 탱크잔' 마케팅 상품을 과거 '멸콩(멸공)' 논란이 있었던 정용진 회장과 연계해 압박하고, 결국 해당 기업이 매장 문을 닫고 전 임직원 대상의 역사 교육까지 실시하게 만든 과정이 대표적이다.
최근 월드컵 참패 이후 여론이 악화하자, 분노한 축구 팬들의 정서를 의식해 독배를 앞에 놓고 있는 홍명보 감독과 축구협회를 직접 겨냥해 강하게 질타하고 나선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조선 왕조 역사에서 만기친람의 대표적인 군주로는 영조와 정조가 꼽힌다. 왕이 워낙 부지런하고 영민해야만 가능한 통치 스타일이다. 당시에는 국가 구조와 사회상이 지금보다 훨씬 단순했기에 이러한 방식이 왕권 강화와 개혁에 순기능으로 작용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복잡다단한 초연결 사회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대통령이 모든 세부 현안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대중의 환호를 이끌어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시스템의 과부하와 부작용을 낳기 십상이다.
물론 대통령이 이토록 단기적인 국민 지지도와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과거 보수 진영의 대통령들이 겪은 정치적 부침과 탄핵이라는 헌정사의 비극을 목격한 상황에서, 여론 지지율이라는 방패막이에 집착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방어기제일 수 있다.
하지만 지지율에만 갇힌 국정 운영은 국가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다. 이제 이재명 정부는 국정 기조를 '매크로(Macro)한 시각'으로 전환해야 한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국가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구조 개혁에 집중할 때, 오히려 대통령이 그토록 고심하는 지지율의 급격한 추락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개개인의 영민함과 집단적 우민정서를 동시에 지닌 국민들을 이끄는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그야말로 극한 직업임이 틀림없다.
이제 취임 2년 차를 맞이한 이재명 정부가 과연 디테일의 늪에서 벗어나 거시적인 국정 기조로 대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지, 국민들과 함께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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