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4차 산업혁명, 규제 개혁 제1과제는 원격 의료
“규제 혁신은 타이밍과 속도”
[SNS 타임즈] 찬반 양론이 팽팽한 원격의료, 과연 어떤 행보와 방향성이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결정일까?
원격의료는 4차산업혁명으로 새로운 모멘텀을 맞이한 규제 개혁 과제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원격 의료는 보건 의료 분야 제1혁신 과제이지만, 의사와 환자간 원격 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이 의사들의 공익으로 포장된 이기주의와 진보 시민 단체들의 의료 영리화 프레임에 막혀 표류해 왔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의료업계의 표를 의식해 원격 의료를 의료인과 의료인간에 진료 효율화를 위한 수단으로 한정하겠다고 공약한 내용을 그대로 국정과제로 반영했다.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은 의료 영리화 반대를 명분으로 원격의료를 10년 넘게 반대해왔다.
18년째 답보 상태에 있는 원격의료는 컴퓨터·영상 통신 등 ICT를 활용해 멀리 떨어진 지역의 환자를 진료하는 방식이다. 현행 의료법 제34조 1항에는 의료진 간 원격의료만 허용하는데,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가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법 개정을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앞서 나가려면 규제 혁신이 필수
“세계 100대 혁신 사업 가운데 한국에서는 57개가 불가능하다” “우버가 한국에 세워졌다면 불법 기업으로 낙인 찍혀 사라졌을 것” 등의 얘기는 너무 많이 회자돼 식상할 정도지만, 국내 신사업에 대한 규제 상황은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한국판 우버’로 불렸던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를 택시업계가 반발한다고 주저앉히고, 온라인 중고차거래 스타트업 헤이딜러가 급성장하자 기존에 없던 규제를 신설하면서 사업 추진을 막았다. 세계1위를 달렸던 줄기세포 산업을 합의에 도달하기 불가능한 생명윤리 논란으로 발목을 잡아 기술 주도권을 일본에 내준 것도 같은 범주에 속한다. 세계 100대 스타트업 가운데 미국 기업이 절반이 넘는 56개에 이르고, 중국도 24개나 되지만 한국은 한 곳도 없는 현실은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규제의 대표적인 사례, 영국의 ‘적기조례’
규제의 폐해를 이야기할 때 단골로 거론되는 것이 19세기말 영국에서 시행된 적기 조례(Red Flag Act)이다. 정식 명칭은 기관차량 조례(Locomotive Act)인데, 흔히 ‘붉은 깃발 법’, ‘적기조례’, ‘적기법’으로 통용되고 있다.
적기조례’는 1차산업혁명 발생지인 영국에서 자동차 발명으로 인해 피해 받는 마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차량의 55m 전방에 붉은 기(야간에는 붉은 등)를 가진 사람을 배치해 자동차 운행 속도를 오히려 마차 속도 보다 느리게 제한하고, 기수나 말에게 자동차의 접근을 예고하는 등 자동차 운행 방법에 대한 것을 규정한 법률이다. 당시 증기자동차는 시속 30마일을 달릴 수 있었는데, 규제에 따라 교외에서는 시속 4마일, 시내에서는 2마일로 속도가 제한됐다.
▲ 마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적기조례(Red Flag Act)’- 증기 자동차 앞에 붉은기를 든 사람이 30마일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자동차의 속도를 시내에서는 2마일, 교외에서는 4마일로 제한했다.
많은 논란으로 1878년에 개정된 이 법은 붉은 깃발이 제거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운행중인 차량이 말이 끄는 마차를 우연히 만나면 차량이 정지해야 하고, 차량은 말을 놀라게 하는 연기나 증기를 내는 것을 금지하는 등 자동차의 운행에 많은 제한을 가했다.
결과적으로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독일이나 프랑스에 비해 뒤처지게 되기에 이르렀고, 기술 주도권이 미국과 독일로 넘어 감으로써 영국은 경쟁에서 뒤떨어져 국가 경쟁력을 잃게 됐다.
영국은 1차산업혁명 초기, 과도기 단계에서 일자리를 잃고 극빈층으로 몰린 노동자들의 비밀 결사체 ‘러다이트(Luddite)’의 기계 파괴 운동을 극복하면서 일류 산업 국가로 올라섰으나, 기득권층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남발함으로써 2차 산업혁명 주역의 자리를 미국과 독일에게 넘겨주었다.
▲ 러다이트(Luddite)의 기계 파괴 운동,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잃고 생계가 힘들어진 노동자들이 비밀 결사체 러다이트(Luddite)를 조직하여 방적기계를 조직적으로 파괴하였다. 러다이트 운동을 계기로 많은 노동자들이 권리를 얻기 위해서는 기계를 파괴하고 변화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은 원격의료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의 원격 의료는 18년간 진보와 보수 이념전쟁의 걸림돌을 돌파하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이명박, 박근혜 보수 정부하에서는 야당의 반대로 표류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진보 정부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지지세력인 좌파 단체들의 눈치를 보느라 문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관은 원하는 마음은 크지만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는 10여년간 야당 때부터 반대해 온 부메랑을 맞고 있는 것이다.
현정부가 목말라 하고 있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가시화하기 위해서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호기를 맞이한 원격의료의 본격적인 추진을 가로막는 빗장을 풀어야 할까? 찬반 양론이 팽팽한 현실에서 과연 어떤 행보와 방향성이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결정일까?
문 대통령이 규제 개혁 관련 회의에서 언급한 것처럼, 규제혁신은 ‘타이밍’과 ‘속도’가 생명이다.
이렇게 복잡한듯 얽혀 있는 국내 원격의료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갈 방향을 4편에 걸쳐 살펴본다.
1편: 4차산업혁명 핵심과제, 원격의료 18년간 표류 중
2편: 국내외 원격의료 추진 상황
3편: 4차산업혁명으로 원격의료 날개 다나?
4편: 원격의료 본격 추진, 걸림돌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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