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증 목에 건 박수현 도지사, "쇼도 계속되면 진심!"
취임 보름, 준비위 출범 35일 만에 220만 도민 앞에 선 박수현… '통하는 충남'이 내놓은 7대 목표와 1조 원의 재정 절벽
[SNS 타임즈] 15일 충남 내포신도시 카이스트 모빌리티연구소에서 열린 '통(通)하는 충남 준비위원회' 도민 보고대회 현장에서, 박수현 충청남도지사는 마이크를 잡기 전 자신의 목에 걸린 것부터 가리켰다. 공무원증이었다.
"제 가슴에 공무원증이 걸려 있는데, 저는 충남도청 공무원의 n분의 1에 해당하는 한 명의 공직자입니다." 박 지사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역대 어느 도지사도 공무원증을 이런 방식으로 내보인 적이 없었다는 그는 스스로 이 장면의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보여주기식 쇼 아니냐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쇼입니다!" 다만 그는 곧바로 덧붙였다. 이 쇼를 임기 4년 내내 진심으로 반복한다면, 결국 그것은 쇼가 아니라 진심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이날 보고대회는 지난 6월 8일 출범한 준비위원회가 인수위원회라는 관행적 명칭 대신 '통하는 충남'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35일간 이어온 활동의 결산 무대였다.
박 지사와 이재관 준비위원장, 정책특보와 자문위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도정 비전 영상 시청과 총괄 보고, 분과별 발표, 해단식 순으로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행사가 열린 장소부터 상징적이었다.
준비위 측은 자율주행과 모빌리티 연구가 이뤄지는 이 연구소를 두고, 충남이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기술 혁신을 선도할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이곳을 택했다고 밝혔다.
박 지사는 "AI 대전환의 핵심 거점에서 도민 보고대회를 여는 이유는, 충남의 미래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 대전환에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박 지사의 발언에서 눈에 띈 것은 여러 차례 반복된 '투명성'에 대한 강조였다.
그는 전날 충청남도의회에 출석해 예정에 없던 발표를 했다고 소개했다. 대통령 비서실의 국회 출석이 논쟁이 되듯 지방정부에서도 도지사 비서실의 도의회 출석 여부가 오랜 쟁점이었는데, 조철기 의장을 비롯한 도의회 측이 요청하기 전에 스스로 비서실도 업무보고와 출석 요구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숨김없이 도민 앞에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민선 9기의 출발과 선언"이라고 그는 규정했다.
이런 기조는 준비위 활동 전반에 관통했다.
도지사 개인 전화번호를 공개하고, 도내 8개 권역에서 시나리오 없는 타운홀미팅을 열어 도민과 직접 대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재관 위원장은 이를 두고 "어느 지역에서도 하지 못한 내용"이라며, 타운홀미팅과 분과회의, 자문회의를 합쳐 180여 회에 걸친 소통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신규 정책 발굴과 제도 개선 제안이 14건 나왔고, 방치된 도지사 관사를 업무 공간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대안도 함께 제시됐다.
이 위원장은 이 모든 작업의 바탕에 '가치의 공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최고경영자였던 잭 웰치의 가치 경영론을 인용하며, 조직 구성원이 핵심 가치를 공유할 때 성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이 박 지사가 1호 결재로 청년 관련 정책을 택한 배경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짚은 박 지사의 핵심 가치는 충효예를 바탕으로 한 전통적 가치, 그리고 연대와 협력이었다. "혼자 가면 길을 만들지만, 함께 가면 역사가 된다"는 말을 인용하며 이 위원장은 오늘의 보고대회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고 강조했다.
준비위는 이날 민선 9기 비전으로 '통(通)하는 충남, 도민과 함께'를 공식 선포했다.
이는 도민과 함께하는 충남, 대한민국 AI 수도, 역동하는 혁신 경제, 함께하는 따뜻한 삶, 안전하고 쾌적한 터전, 청정 미래 농어촌, 풍요롭고 건강한 사회라는 7대 목표로 구체화됐다. 이를 뒷받침할 21대 전략과 201개 도정 과제(공약 101개, 역점 과제 100개)도 함께 발표됐다. 준비위는 8개 분과에 인수위원 20명과 자문위원 150여 명이 참여해 타운홀미팅과 분과별 회의를 거듭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무게가 실린 것은 AI 정책이었다.
AI수도충남분과 발표를 맡은 김태현 위원은 "AI는 현장과 삶으로, 성장은 균형으로, 도정은 도민 곁으로"라는 문구로 분과의 비전을 요약했다. 37차례의 분과회의와 21차례의 자문회의를 거치며 289명의 전문가와 관계자가 참여했다고 그는 밝혔다. 김 위원이 특히 강조한 것은 '균형'이라는 개념이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15개 시·군, 첨단산업과 전통산업 사이의 균형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AI 전환이 오히려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를 위해 준비위는 권역별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UN AI 허브 유치, AI 전환(AX) 인재 양성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다만 김 위원은 이를 개별 사업의 나열이 아니라 인프라·플랫폼·모델·서비스를 아우르는 통합적 관점에서 설계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행사의 또 다른 축은 도의 재정 상황에 대한 이례적으로 솔직한 진단이었다.
이재관 위원장은 무대에 오르는 대신 화면에 띄운 도표를 가리키며 숫자를 하나씩 짚었다. 올해 도 예산 12조 4천여억 원을 분석한 결과, 세입은 4,687억 원 이상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결산 결과 순세계잉여금에서 1,353억 원의 결손이 발생했고, 보통교부세 교부 결정으로 334억 원이 줄었으며, 무엇보다 세종시 소재 금강수목원 매각 수입이 불투명해지며 3,000억 원의 감액 요인이 생겼다는 설명이었다.
또 국고보조사업 도비 매칭 688억 원, 법정경비지출 4,642억 원, 내년도로 넘어간 미편성 유보사업 287억 원 등 세출 수요가 5,617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세입과 세출을 합친 부족분은 1조 304억 원에 달했다.
이 위원장은 이를 감추지 않고 그대로 도민에게 보고했다. 이재관 위원장은 "예산을 방치할 수는 없다.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준비위가 내놓은 하반기 재원 확보 대책은 네 갈래였다. 대규모 투자사업의 순기 조정으로 3,264억 원, 법정경비의 내년도 편성 순연으로 4,642억 원, 경상경비 등 20% 의무 절감으로 1,489억 원, 기금 여유자금 활용으로 600억 원을 각각 확보해 총 9,995억 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이 과정을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한 푼 한 푼 재원을 모아 시급한 곳에 우선 지원하도록 했다"고 표현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준비위는 2030년까지, 즉 임기 4년 동안의 재정 운용 전략도 함께 제시했다.
현재 18.93%인 채무비율을 17%까지 낮추고, 재정구조 개편과 관리체계 강화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19.24%인 지방교부세율을 22%로 올리고, 7대 3인 국세와 지방세의 배분 비율을 6.5대 3.5로 조정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노동자 등 서민 생활 지원에 2,000억 원 이상을 중점 편성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각 부처 전문가들과 벌인 재정 토론을 언급하며, 충남도 역시 이런 형태의 재정전략회의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조직 개편의 방향도 이날 함께 공개됐다.
AI수도 충남과 충효 정신, 균형 성장, 지역사회 공동체 활성화라는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AI산업경제국과 경제통상국 등이 개편되고 보건복지실 산하에 AI 관련 조직이 신설된다. 이 위원장은 조직 개편 자체보다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짚으며, 최근 발표된 392조 원 규모의 상대(相對) 매각 프로젝트처럼 특정 부서의 영역을 넘어서는 사업들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 지사는 마무리 발언에서 자신을 도와온 공직자들에게 특별히 고개를 숙였다.
박수현 지사는 준비위 활동 과정에서 자료 제출과 질의응답에 시달렸을 도청 직원들에게 "과한 태도로 대했거나 과한 업무를 주문했다면"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공직자의 신조로 이해해 달라고 청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땀방울이 곧 우리 충남의 혁신 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 특별히 초대된 유홍준 대한노인회 천안시지회장을 소개하며, 자신의 1호 결재가 청년 정책이었던 동시에 충효예 정신을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201개 과제 가운데 준비위가 특히 힘주어 꼽은 것은 10개의 약속이었다.
충남·대전 행정통합 추진, 권역별 미래 AI 데이터센터 구축, AI 대전환 성장펀드 조성, 종축장 이전 부지의 국가산업단지 조성, 노동자·지역민이 함께하는 정의로운 전환, 고위험 산모·신생아 등을 위한 지역 응급의료 전달체계 구축,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공공기관 유치를 통한 혁신도시 완성, 농어촌 기본소득 확대, 야간경제 활성화를 위한 체류형 관광 육성 등이다.
권역별로는 천안·아산·당진·서산은 AI 첨단산업, 보령·서천·태안은 해양관광과 에너지 대전환, 홍성·예산은 행정 중심지, 공주·부여·청양은 역사문화권, 논산·계룡·금산은 국방행정과 고부가가치 농업이라는 각기 다른 좌표가 부여됐다.
이재관 위원장은 이날 도출된 과제들이 서류함에 묻히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분야와 공약별로 관리번호를 부여해 담당 부서가 분기마다 추진 실적을 등록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도 누리집을 통해 도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오늘 발표된 내용이 최종안이 아니라는 점도 여러 차례 확인됐다.
박 지사는 "오늘이 최종 확정이라고 할 수 없다"며, 분과별 발표를 들은 뒤에도 의견을 더 수렴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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