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 지방선거 78일 전 '선거구도 없다'… "농촌 소멸 막아라" 국회에 직격탄
국회 정개특위 법정시한 초과 속 금산·서천 광역의원 정수 축소 위기… 충남도의회 초당적 기자회견
[SNS 타임즈] 지방선거가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어떤 선거구에서 누가 출마할지조차 확정되지 않은 초유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충청남도의회는 17일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초당적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향해 시도의회 선거구 획정의 즉각 처리와 농산어촌 지역 특례 조항 신설을 강력히 요구했다. (관련 현장 live 방송: https://www.thesnstime.com/mujogeon-raibeu-cungnamdoyihoe-seongeogu-josog-hoegjeong-coggu-nongeocon-seongeogu-cugso-bandae-gijahoegyeon-03-17il/)
"예비후보 등록도 지났는데"…국회, 선거구도 못 정해
오는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78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아직 시·도의회 광역의원 선거구조차 획정하지 못하고 있다. 예비후보자 등록 기간은 이미 지났다.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들은 선거구가 어떻게 그어질지 모른 채 운동화 밑창을 닳히고 있다.
충남도의회 홍성현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는 선거를 준비하는 후보자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유권자 모두에게 혼란을 초래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국회는 더 이상의 지연 없이 선거구 획정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180일 전인 지난해 12월 5일을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는 이미 이 시한을 넘겼고, 정개특위 구성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매 선거마다 반복되는 고질적인 획정 지연에 대해 홍 의장은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기관이 선거구를 획정하고 국회가 이를 의결하는 방식도 이제는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까지 제기했다.
금산·서천, '면적 940㎢'에 의원 1명?… 현실과 괴리된 법 기준
이날 기자회견의 핵심 의제는 인구 감소로 인한 농산어촌 지역 광역의원 정수 축소 문제였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22조는 도의원 정수 기준을 인구 5만 명 미만이면 최소 1명, 5만 명 이상이면 최소 2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충남 금산군과 서천군이 이미 인구 5만 명 선 아래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 기준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두 군의 도의원 정수는 각각 현행 2명에서 1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홍 의장은 이 규정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진지를 수치로 설명했다. "면적 577.2㎢인 금산군과 366.1㎢인 서천군 전체를 단 한 명의 도의원이 담당하며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서울 면적(605㎢)에 맞먹는 지역을 의원 1명이 커버하는 셈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두 지역 출신 도의원과 출마 예정자들이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소속을 가리지 않고 함께 참석해 초당적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전직 시군 의장협의회장인 금산군 출신 김복만 의원은 "서울의 아파트 밀집 지역 의원은 한 동네에서 선거운동이 끝나지만, 시골은 산골짜기 집 한두 채를 찾아 돌아다녀야 한다"며 지역 현실을 생생하게 전했다. 그는 "의정비는 인구 밀도에 연동되어 시골 의원들이 훨씬 적게 받으면서 더 많은 비용을 쓴다"고 토로했다.
헌재 인구 편차 기준까지 더하면 '이중 압박'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인구 편차 허용 기준(4:1 이내)까지 엄격히 적용될 경우, 충남의 농촌 지역은 정수 축소와 선거구 통폐합이라는 이중 압박을 받게 된다.
천안·아산 등 충남 북부 도시 지역은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내륙 농촌 지역은 지속적인 인구 유출로 두 지역 간 편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단순히 금산·서천에 그치지 않고 충남의 다수 농촌 지역이 장차 도의원을 배출하지 못하는 '대표 공백' 지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천 도의원 전익현 의원은 "천안·아산·서산·당진을 제외하면, 불과 몇 년 안에 충남의 대부분 시군이 정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도민의 피해이자 대한민국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경고했다.


전남보다 인구 35만 많은데… 도의원은 12명 적은 충남
충남도의회가 제시한 타 지역과의 비교 수치는 더욱 충격적이다.
2025년 12월 말 기준 충남 인구는 약 213만 명, 도의원 정수는 43명(비례대표 제외)이다. 반면 충남보다 인구가 약 35만 명 적은 전라남도(약 178만 명)의 도의원 정수는 55명으로, 충남보다 무려 12명이 많다. 전남의 6개 시군은 인구 5만 명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도의원을 2명씩 유지하고 있다.
홍 의장은 "이는 다른 지역의 의원 정수를 줄이자는 뜻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전남이 기초자치단체 수가 많다는 특수성을 제도적으로 인정받았듯, 충남 역시 도농복합지역이라는 특수성을 법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구조는 공직선거법상 전체 의원 정수의 10%에 연동되는 비례대표 배분에서도 충남에 불이익으로 이어지고 있어, 충남 도민 전체의 정치적 대표성이 타 지역에 비해 약화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도의회의 세 가지 요구… "기준 인구 5만→4만 하향" 핵심
충남도의회는 이날 국회에 세 가지 사항을 촉구했다.
첫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시·도의회 지역 선거구 획정 작업을 즉각 마무리해 지방선거 혼란을 해소할 것. 둘째, 농산어촌 지역의 면적·지역 특수성 등 비인구적 요소를 반영한 공직선거법 농산어촌 특례 조항을 신설할 것. 셋째, 광역의원 최소 정수 2명의 기준 인구를 현행 5만 명에서 4만 명으로 하향 조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신속히 처리할 것.
특히 기준 인구 하향 조정은 금산·서천을 현행 2인 정수로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제시됐다. 충남도의회 측은 계룡시(인구 약 4만 6,000명) 의원 정수 1명 증설도 검토 중이라며, 전체 충남 도의원 정수는 1명 순증인 44명 체제로 조정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의회가 정수 정해야"… 일본 모델 언급도
기자회견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지방의회의 자율권 확대 요구도 제기됐다.
서천 도의원 신영호 의원은 "일본은 지방의회 의원 정수를 해당 지방의회가 스스로 결정한다"며, "대한민국도 광역의원 최대 정수는 국회가 정하되, 그 범위 내에서 지방의회가 스스로 획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지방자치의 성공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충남도의회가 전국 시도의장협의회 의장단 안건으로 이 문제를 상정해 전국적 공동 대응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장동혁 의원(국민의힘 당대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정개특위에서 활동 중인 박덕흠 의원(국민의힘)에게도 결의안과 회견문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선거구 없는 지방선거, 민주주의의 민낯
충남도의회의 이번 기자회견은 단순한 지역 이해의 문제를 넘어, 한국 지방민주주의의 구조적 결함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도시와 농촌의 인구 격차가 심화될수록 '인구 비례' 원칙을 절대화하는 현행 제도는 농산어촌 주민의 정치적 목소리를 체계적으로 잠식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홍 의장은 "인구 중심의 산술적 평등만을 앞세운 선거구 획정은 농산어촌을 정치적·행정적으로 더욱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이는 국가 균형 성장과 지역 생태계, 나아가 식량 안보까지 위협하는 국가적 문제"라고 경고했다.
지방선거 D-78. 선거구도 확정되지 않은 이 상황이 언제 해소될지, 그리고 충남 농촌 지역의 의회 대표성이 어떻게 보장될지, 공은 이제 국회로 완전히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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