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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에서 반도체까지… 충남 15개 시군이 내놓은 미래 설계도
충청남도가 23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민선 9기 첫 지방정부회의를 개최했다. /SNS 타임즈

철도에서 반도체까지… 충남 15개 시군이 내놓은 미래 설계도

박수현 지사 "내 공약보다 시군 사업이 우선"… 재정난 속에서도 협치 의지 재확인한 첫 지방정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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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대호 기자

[SNS 타임즈] 충청남도가 23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연 민선 9기 첫 지방정부회의는 도와 15개 시군이 한자리에 모여 지역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자리였다. (관련 현장 live 방송: https://www.thesnstime.com/mujogeon-raibeu-cungnam-minseon9gi-ceos-jibangjeongbu-hoeyi-7-23il/)

박수현 지사와 15개 시군 시장·군수 등 5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시장·군수들은 철도, 의료, 산업단지, 발전소 등 저마다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역점사업을 차례로 소개하며 도 차원의 정책 반영과 지원을 요청했다.

인구 감소를 겪는 남부권 군들은 철도망과 의료 인프라를, 발전소를 낀 서해안권 시군은 신산업 유치를, 반도체 호황을 맞은 북부권은 행정 속도를 요청하는 등 지역마다 결이 달랐지만, 저마다 지역의 다음 4년을 그리는 구체적 구상을 제시했다.

박 지사는 하나하나의 건의를 신중하게 경청하며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하반기에만 1조 304억원의 재정 부족이 예상되는 녹록지 않은 살림살이를 가감 없이 공유하면서도, 자신의 공약 이행 예산은 150억원만 편성했다고 밝혔다. "시장·군수님들이 요청한 사업부터 먼저 하겠다"는 것이다.

취임 한 달을 갓 넘긴 도지사가 시군과의 첫 공식 회의에서 스스로 지원 우선순위를 시군에 두겠다고 밝힌 셈으로, 협치를 말이 아닌 예산 편성 원칙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회의는 도가 '통(通)하는 충남' 비전 아래 마련한 7대 목표·21대 전략·201개 도정 과제를 공유하는 것으로 문을 열었고, 곧이어 도와 15개 시군이 '충효예 충청정신 실천 운동' 업무협약에 서명했다.

국경일 태극기 달기 운동, 어르신·국가유공자 최우선 예우 매뉴얼과 매월 1일 '효의 날' 지정, 청소년 '사랑의 일기 쓰기' 확산이 골자다.

박 지사는 이 협약을 도지사 취임 후 '1호 과제'로 추진해왔다며 "아무리 AI로 크고 화려한 충남 발전의 집을 짓는다 해도 기저가 약하면 사상누각"이라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AI 대전환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도 사람과 공동체를 지탱하는 가치를 함께 챙기겠다는 뜻이다.

이용우 부여군수. /SNS 타임즈

이어진 '시장·군수와의 대화'에서는 이용우 군수의 공들인 제안이 눈길을 끌었다.

이용우 군수는 보령·부여·청양을 거쳐 공주·세종까지 잇는 약 100km 길이의 동서축 철도망, 충청산업문화철도 건설을 제안하며 "부여 한 개 군의 사업이 아니라 충청남도 전체의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철도망이 놓이면 서해안 관광벨트와 백제문화권, 행정수도가 하나의 문화관광 벨트로 연결돼 체류형 관광과 기업 투자 유치라는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군수는 오는 9월 확정될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이 노선이 반영되도록 지사의 관심과 관계 시군의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충청산업문화철도는 이 군수가 당선 이후 줄곧 부여의 3대 핵심 과제(철도망·공공기관 유치·공공의료 확충) 가운데 첫손에 꼽아온 사업이라는 점에서, 취임 초부터 다져온 지역 발전 구상이 이날 도 정책 테이블에 정식으로 오른 셈이다.

비슷한 문제의식은 남부권 곳곳에서 이어졌다.

청양의 김홍열 군수는 인구 70만 천안과 인구 3만 청양이 같은 잣대로 겨루는 도민체전 종합점수제를 개선해 시(市)와 군(郡)을 분리 평가하는 새 모델을 제안했고, 2024년 확정되고도 이전 계획이 더딘 산림자원연구소 문제에 대해서는 군이 관련 사유지를 우선 매입하겠다는 뜻과 함께 도 차원의 관심을 요청했다.

서천의 유승광 군수는 3년 전 대형 화재 이후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 돼 온 특화시장의 재건축을 위해 연차별 9억원 규모의 도비 추경 지원을 요청했고, 금산의 문정우 군수는 서천~논산~금산을 잇는 총연장 72.5km·사업비 약 5조 2630억원 규모의 중부동서고속도로를 충남의 핵심 국가 기반시설 사업으로 반영해 달라고 건의했다. 사업은 저마다 달랐지만, 지역의 활력을 되살릴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다르지 않았다.

발전(發電) 산업을 낀 서해안 벨트에서는 산업 재편에 대응하는 구체적 전략이 제시됐다.

보령의 엄승용 시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발전 5개사 통합에 맞춰 통합 본사를 충남권에 유치하자며 보령·태안·당진·서천 4개 시군의 공동 대응과 도 차원의 컨트롤타워 구축을 제안했다. 태안의 윤희신 군수는 태안의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발전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3%로 다른 발전 소재지(0.1~2% 수준)와는 차이가 크다는 점을 짚으며, 민간이 다루기 어려운 영역인 만큼 국가 차원의 공공기관 배치 등 중앙정부의 관심을 요청했다.

두 시장·군수 모두 발전산업 재편이라는 같은 변수를 마주하고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지역 간 공동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북부권에서는 성장세를 뒷받침할 행정 지원 요청이 이어졌다.

아산의 오세현 시장은 삼성전자의 46조원 규모 온양사업장 반도체 패키징 투자와 관련해 통상 10개월 걸리던 인허가 절차를 3개월로 단축해준 도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며, 8월 19일로 예정된 도시계획위원회 일정을 더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어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발행에 대한 도비 지원 확대도 제안했는데, 충남이 수도권을 제외하면 지역내총생산이 가장 높은 광역자치단체이면서도 소득의 역외 유출이 큰 편이라 지역 내 소비 순환을 뒷받침할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이 밖에도 공주의 최원철 시장은 세계유산 공산성 일대를 백제 고도(古都)다운 특화 거리로 조성하는 한옥단지 사업을, 천안의 장기수 시장은 AI 특화 시범도시 선정과 종축장 이전 국가산업단지 지정에 감사를 표하며 영유아 무상급식 도입을 새 의제로 제안했다.

계룡의 이응우 시장은 첨단 국방산업단지 조성 지원을, 당진의 김기재 시장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이후 그린스틸 전환 지원을, 백성열 시장을 대신해 참석한 논산의 김종수 부시장은 방위산업 클러스터와 국방미래기술연구센터를 각각 역점 사업으로 소개했다.

이날 좌장 격으로 마지막 발언을 맡은 서산의 이완섭 시장(충남시장군수협의회장)은 서산공항 건설 총사업비 확정 지연, 크루즈 운항 지원금의 지역 간 형평성(타 지역 50대50 대비 충남 30대70), 석유화학 국가산업단지 지정 필요성을 항공·철도·산업단지라는 '3대 과제'로 정리해 조속한 추진을 당부했다.

박수현 충남도지사가 23일 열린 충남도 민선9기 첫 지방정부회의에서 15개 시군수의 정책 제안과 요구사항 청취 후 발언하고 있다. /SNS 타임즈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건의를 다 들은 뒤 박수현 지사는 "여러분의 말씀은 충남 도민의 소망이자 지상 명령"이라며 "하나하나 꼼꼼히 다 적었다"고 화답했다.

박 지사는 재정 여건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을 다시 한번 설명하면서도 "신임 도지사로서 제 공약 사업을 위한 예산은 편성하지 않더라도 시장·군수님들이 요청한 사업부터 먼저 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미 서울을 오가며 중앙정부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에게 이날 나온 건의사항들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여, 건의가 회의실 안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수현 지사는 마지막으로 소방의 날, 경찰의 날처럼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공무원부터 도청 간부까지 충남의 모든 행정 공직자의 헌신에 감사하는 '충남형 행정의 날'을 만들자고 제안하며, 필요하면 직접 조례 발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지사는 시장·군수들을 향해 "여러분은 저의 동료이자 동지이자 경쟁자"라며, 시군을 위한 정책 개발에서는 서로 선의의 경쟁을 벌이되 함께 정한 목표는 가열차게 추진하는 동지가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재정난이라는 현실적 제약 속에서도 시군 사업을 우선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서, 이날 회의는 민선 9기 도-시군 협치가 구호에서 실행으로 넘어가는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 Copyright, SNS 타임즈 www.sns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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