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벤처 생태계 구축 위해 "세종시가 먼저 써 준다!"... 제1회 세종창업벤처포럼 출범
최민호 세종시장 '퍼스트 세종' 구상 제시... 행정수도가 기술 스타트업의 테스트베드로 나선다 .
[SNS 타임즈] 세종특별자치시가 지역 창업·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식 플랫폼을 마련했다.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와 세종상공회의소가 공동 주최한 '2026 제1회 세종창업벤처포럼'이 25일 오후 세종시 박연문화관 누리락 공연장에서 개막, 창업기업·투자자·유관기관 관계자 1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지역 혁신 생태계의 방향을 논의했다. (관련 현장 live 방송: https://www.thesnstime.com/mujogeon-raibeu-sejongcangeobbenceo-saengtaegye-joseong-je1hoe-sejongcangeobbenceoporeom-03-25il/)
이번 포럼은 단순한 일회성 행사를 넘어,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창업·벤처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례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세종시와 한국엔젤투자협회 충청권엔젤투자허브의 후원 아래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기조연설과 세 편의 발제, 네트워킹 행사 등이 이어졌다.
"세종이 먼저 써준다", 최민호 시장의 '퍼스트 세종' 구상
이날 가장 주목을 받은 발언은 최민호 세종시장의 환영사였다.
최 시장은 대한민국의 특허 출원 건수가 세계 4위임에도 불구하고, 그 상업화 비율이 10%에 미치지 못한다는 현실을 지목하며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연간 20만~25만 건의 특허가 출원되지만 사업화로 이어지는 것은 2만 5천 건에 불과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도 정부가 먼저 도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입증되지 않았다,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쓰지 않는 거죠."
최 시장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퍼스트 세종(First Sejong)' 구상을 제시했다. 미검증 기술이라도 세종시가 시범 도시로서 가장 먼저 도입해 실증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행정수도라는 상징성이 기술 기업의 실적 증명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세종에서 성공했다는 것 자체가 다른 지역 입찰에서 큰 실적이 됩니다. 세종은 문자 그대로 테스트베드 시티입니다."
다만 그는 혁신적 기술 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무원의 행정 리스크를 제도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패를 감수한 적극 행정에 대한 면책 조례를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기술 기업에는 시범 도입 시 할인된 가격을 제안하되, 성공 검증 이후 정식 조달을 통해 지속적 판로를 열어주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시의 인구가 전국의 약 0.7%에 불과함에도 기술 기반 창업 비중은 0.83%로 전국 평균을 웃도는 점을 들며, "세종은 장치산업보다 첨단 기술 창업에 최적화된 도시"라는 진단도 덧붙였다.

창업 25년의 현장 증언... "어려운 것을 택하라"
세종상공회의소 김진동 회장(레이크머티리얼즈 대표)은 기조연설자로 나서, 세 차례 벤처 창업의 경험에서 길어 올린 실전 교훈을 공유했다.
그는 창업의 출발점으로 '사회적 분위기'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자신이 2000년 처음 창업을 결심한 배경에도 당시 불어닥친 1세대 벤처 붐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사람들이 창업하면 성공 확률이 높다고 느끼는 분위기, 그것이 먼저입니다. 기술이나 자금보다 그 분위기가 먼저예요."
생존 전략으로는 현금 관리를 핵심으로 제시했다. "회사가 망하는 것은 빚이 많아서가 아니라 현금이 없어서입니다. 매일 향후 1년의 현금 흐름을 일별로 기록하고, 적자 전환 시점을 미리 파악해야 합니다." 그는 엑셀로 365개 칸을 만들어 일별 현금 계획을 관리해왔다고 구체적인 방법론을 소개했다.
아이템 선정 기준으로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어려운 것, 부피가 작은 것, 가격이 비싼 것—이 세 가지입니다. 쉬운 아이템은 경쟁자들이 더 쉽게 따라옵니다. 반드시 어려운 것을 해야 합니다." 그는 LED 소재 사업에서 중국과의 가격 경쟁으로 단가가 8분의 1 토막 난 경험을 사례로 들며 레드오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투자 조달과 관련해서는 '엑시트 계획의 명확한 제시'와 '투자 자금의 출처 확인'을 강조했다. "투자를 받을 때는 반드시 그 펀드의 원천을 확인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모태 펀드나 국민연금이 출자한 펀드를 택하세요."
전략적 투자자보다 재무적 투자자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경영권 분쟁 위험을 꼽았다.
발제 1: 도룡벤처포럼 10년... "지역 생태계는 수용성에서 시작된다"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 정책 경험을 가진 김채광 도룡벤처포럼 회장은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률 하락 구조와 지역 창업 생태계의 필요성을 거시적 관점에서 짚었다.
그는 1990년대 이후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원인을 '모방 경제에서 창조 경제로의 전환 실패'에서 찾았다. 특히 구글·아마존·엔비디아·테슬라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 대부분이 미국 스타트업 출신이라는 사실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GDP가 영국 전체를 넘어선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스타트업 생태계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역설했다.
해외 성공 사례로는 노키아 몰락 이후 스타트업 생태계로 전환에 성공한 핀란드 올루, 리투아니아 빌뉴스, 그리고 벤처 투자로 지역 경제를 역전시킨 중국 허페이시를 소개했다. 특히 허페이시는 재정 규모를 초과하는 투자를 결정하면서도 BOE·창신 메모리·NIO에 선제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거뒀으며, 산업 성장률이 중국 평균(5.8%)의 약 2.5배(14.8%)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세종시를 향해서는 중앙행정기관과 국책연구기관이라는 자원을 지역 창업 생태계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전 국책 연구기관을 사례로 들면서 "출연연 연구자들이 지역 경제에 무관심한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지역 사람들이 먼저 다가가서 설득하고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년 이상 도룡벤처포럼을 운영한 노하우와 관련해서는 '수용성'을 핵심으로 꼽았다.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받아들인다, 발표자보다 바닥에 앉은 창업자가 더 중요하다—이것이 철학입니다. 운영자가 나서지 않고, 참여자가 주인이 되도록 해주면 됩니다"라고 밝혔다.

발제 2: 우주 스타트업의 현장 보고—"블루오션이 여기 있다"
워커린스페이스 김해동 대표(경상국립대 교수)는 30년간 항공우주 분야에 종사한 연구자에서 교수 창업가로 변신한 자신의 궤적을 소개하며, 우주 서비스 시장의 현황과 가능성을 공유했다.
그가 개발 중인 기술은 궤도 상에서 인공위성에 연료를 공급하거나 수리하는 '온궤도 서비싱(On-orbit Servicing)' 분야다. 2016년부터 이 개념을 제안했으나 수차례 탈락했던 그는 2020년 기관 내 공모에서 입상하며 연구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창업으로 전환, 2024년 5월부터 투자 유치에 나서 약 25번째 만난 투자사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70억 원 목표를 웃도는 90억 원의 프리-A 투자를 마무리했다.
"이미 미국의 노스럽 그루만이 2020년부터 수명 연장 서비스로 돈을 받고 있습니다. 수천억짜리 위성 운용사가 연 200억 원을 내고 수명 연장을 선택한다는 것은 이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한다는 증거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이 분야에 도전하는 기업이 10개 미만이라고 그는 밝혔다. "세계 3위권 서비싱 업체를 목표로 합니다.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 분야에 진입한 플레이어가 아직 극소수이기 때문에 가능한 목표입니다."
그는 세종시 내 연구소 부지 매입과 건물 증축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며, 본사가 있는 경남보다 세종시가 먼저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감사를 표했다. 투자자들에게는 "우주 분야라도 10년 후 수익을 기대하는 기술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시장이 존재하고 5년 안에 수익이 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 3: 엔젤 투자... 지역 스타트업의 '데스밸리'를 건너는 다리
한국엔젤투자협회 이인수 부장은 초기 기업 투자 생태계의 현황과 제도적 지원책을 설명했다.
엔젤 투자는 창업 후 3년 이내 기업에 대한 민간 개인 투자로, 벤처캐피탈(VC) 투자 이전에 기업이 흔히 직면하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버텨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부장에 따르면 2021년 벤처 붐을 정점으로 국내 엔젤 투자 시장은 연 1조 2천억~1조 5천억 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편중 문제가 심각하다. 전체 엔젤 투자자의 70~80%, 전문 개인 투자자의 9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세종시에는 전문 개인 투자자가 사실상 없는 상태라고 그는 밝혔다.
제도적 유인책으로는 소득공제 혜택이 가장 강력하다.
연 소득 1억 원인 투자자가 창업 초기 기업에 3천만 원을 투자할 경우 약 960만 원의 소득공제가 가능해, 실질적으로 회수 금액이 2천만 원을 넘기면 원금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벤처기업 주식 양도 시 10%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도 병행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이날 이인수 부장에 따르면, 정부는 지역 친화적 벤처 투자 생태계 조성을 위해 창업기획자가 결성하는 개인 투자 조합에서 법인 출자 비율을 기존 30%에서 지역 투자 시 최대 49%까지 허용하는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충청권 엔젤투자허브는 이를 기반으로 지역 내 엔젤 투자 클럽 결성과 인식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도와 의지, 다음 과제는 '연결'
이번 포럼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화두는 '연결'이었다. 첨단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과 이를 도입할 공공·민간 수요자, 초기 자금을 공급할 엔젤 투자자, 그리고 지역 내에 산재한 국책연구기관과 공무원 조직이 실질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어떤 제도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최민호 시장이 제시한 '퍼스트 세종' 구상이 실현되려면 공무원의 면책 조례라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며, 이는 단순한 행정 조치를 넘어 지역 관료 문화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채광 회장이 지목한 출연연과의 소통 단절, 이인수 부장이 제시한 엔젤 투자 생태계의 수도권 쏠림은 모두 구조적 문제로, 포럼 하나로 해소될 수 없다.
주최 측은 이번 제1회 포럼을 기점으로 세종창업벤처포럼을 정례화해 투자자·창업자·기관이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장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세종시가 행정수도를 넘어 기술 창업의 '첫 번째 도시(First City)'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그 첫걸음이 오늘 내딛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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